사도 시대 직후 이교도들에게 복음을 전파한 것은 평신도들이었다. 초대교회의 위대한 신학자들도 자발적으로 학문에 투신한 일반 신자들이었다. 한국교회 역시 평신도들이 스스로 교회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이를 삶으로 구현함으로써 신앙으로 수용하게 됐다. 현대에 들어서 사회가 다원화되고 교회 또한 규모가 커지면서 평신도 신학자들의 연구 활동은 더욱 중요성을 띠게 됐다.
30여 년간 교회 안팎에서 꾸준히 연구에 매진해온 한 역사학자가 한국 가톨릭 학술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술상 제정 역사상 두 번째로 평신도가 본상을 수상한다는 소식이라 더욱 반갑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 안에서 평신도 신학자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성서신학뿐 아니라 역사신학, 교회신학 및 각 유관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수급 평신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비약적 성장을 해온데 비해 교회의 관심과 지원, 더불어 평신도 신학자들의 양성과 활동의 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신도 학자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자리 잡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회는 더욱 능동적인 신앙생활과 영성심화를 통해 한국의 복음화는 물론 아시아 나아가 세계 복음화에 투신해야할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명은 신학과 영성개발 등 한국교회의 내적 성숙과 학문적 연구 작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될 때 흔들림 없이 구현될 수 있다. 올바른 학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때 신앙과 영성의 심화와 발전은 사상누각과도 같기 때문이다.
가톨릭 학술상은 한국교회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운영되는 학술상으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제 학문 분야에서 출중한 성과를 이룬 학자들의 학문적 업적들이 수상 대열에 올라왔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성장과 성숙을 이끄는 우수한 학문적 업적을 발굴, 격려하는 이 상은 가톨릭 학문 발전과 진흥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상자들의 업적이 교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회 전반에서 능동적인 지원을 펼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회가 상설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인재 양성 지원과 연구 활동 지원에 보다 실질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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