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에서는 죽음을 ‘천상 탄일’이라는 뜻으로 생일이라고도 불렀다. 부활 신앙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엿볼 수 있는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심을 바탕으로 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죽은 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전례와 기도 등을 봉헌해 왔다. 사도 바오로 또한 성경을 통해 “주님께서 그 날에 그가 주님으로부터 자비를 얻게 해주시기를 빕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위령 기도를 바쳐왔음을 드러냈다.
특히 위령기도는 교부 시대 때부터 시편과 찬미가 등으로 불려져 밤샘 기도 등으로 이용되곤 했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위령기도인 ‘연도’도 시편과 호칭기도 등을 발췌해 만든 것으로 토착화된 기도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연도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단지 연옥 영혼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상장례 지도사 학교 교장 허윤석 신부는 “연도는 사실 죽은 이보다 나 자신을 위해 먼저 봉헌하는 기도”라고 강조한다. 가장 오래된 연도책으로 꼽히는 한문본 천주성교예교에서 밝힌 연도 목적에서도 연도는 “우리의 생각을 들어 주님께로 향하게 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는 평소 미사 때 사제가 ‘마음을 드높이’하면 ‘주님께 올립니다’라고 응답하는 하느님을 향한 자기 봉헌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말이다.
예전 신자들은 이 연도를 매일 저녁기도 때마다 봉헌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연옥 영혼들을 위한 대리기도나 전대사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매일의 생활을 성찰하고 참회하는 기도의 하나로 봉헌한 것이다. 게다가 연도는 이른바 치유의 선율을 갖추고 있어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가진 신자들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주는 역할도 한다. 허 신부는 실제 연도를 이용해 피정을 한 결과, 특히 냉담교우들이 평안하게 묵상하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경험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연도는 평소 우울감뿐 아니라 죽음으로 인해 접하게 되는 좌절과 슬픔 등을 부활의 희망으로 변화시키는데 큰 매개가 된다.
매일의 생활 안에서 좌절과 죄의식을 거두는데 도움을 주고, 삶의 순간순간을 성찰하도록 도와주는 연도의 올바른 의미와 기도방법에 대해 한번쯤 환기해 볼만한 위령성월이다. 전부는 아니어도 매일 부분부분이라도 연도를 봉헌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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