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을에 새로 부임한 군수가 3백냥을 긁어 모았을 때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켜 관가로 몰려갔다. 그러자 군수는 이런 말로 고을 사람들을 달래려 들었다.
『내가 이 고을에 부임할 때 5백냥을 주고 벼슬을 사서 왔고. 그런데 지금 3백냥을 건졌고. 앞으로 2백냥만 더 건지면 되는거요. 그런데 다른 군수가 새로 부임하면 6,7백냥은 주고 올텐데 그자도 나처럼 본전을 찾으려고 또 거둬들일거요. 그러니 나를 이대로 두고 2백냥만 더 거둬들이게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소.
조서조 말엽 매관매직이 심했던 무렵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돈만 있으면 양반의 족보, 벼슬자리까지도 사고 팔았다.
본래 세금이란 세(稅)자는 벼 화(禾)에 기쁠 태(兌)자를 합한 글자다. 많은 곡식을 수확한 기쁨으로 신에게 제사 지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글자가 나아가 곡식으로 내는 조세를 뜻하다가 오늘의 세금의 뜻이 된 것이다. 본래 전세대동(田稅大同)이라하여 땅 구실에 기준하여 쌀, 무명 같은 것을 상납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니 오늘날 뇌물을 바치는 말뜻의 상납은 본래 나라에 세금을 낸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상납’의 참된 의미
왜 상납이라는 말이 인천 호프집 주인이 경찰이나 관할 공무원, 소방서에 바치는 뒷거래의 검은 돈을 뜻하게 됐을까. 세금이란 온갖 명목으로 재물을 찾취하고 백성을 곤경에 빠뜨려 왔기 때문이다. 세금을 가혹하게 받아들이는 일을 가렴주구(苛斂誅求)라 했고 이를 폭정의 대명사처럼 쓰는 것도 이같은 연유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공자가 어느날 제자들을 거느리고 태산 가까이를 걷고 있었다. 도중에 한 부인이 무덤에 엎드려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저의 시아버지가 이 산에서 호랑이에게 물려갔고, 그 후에 남편, 이번에는 자식마저 호랑이에게 물려갔으니 이런 슬픈 일이 천아헤 어디 있겠습니까?』이에 공자가 이토록 위험한 산마음에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호랑이는 들끓지만 나라에서 수탈해가는 것이 없어 도망가 살 마음이 나질 않습니다』라고 부인은 대답했다. 이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고 잘 들어 깨우쳐 두는 것이 좋다. 학정은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백성의 등골을 빼먹는 수탈을 예로부터 토색질이라고 했다. 진상을 핑계로 한 토색들은 목숨 붙이고 사는 곳이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토색은 악의 차원이라기 보다 우리 옛 행정체계의 한 속성처럼 돼 있었고, 이같은 속성의 체계가 몇 백년 지속되는 동안 관과 민 사이의 괴리현상은 필연이며, 백성들에게 반민 성향의 체질화 또한 필연적인 것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화재사고로 청소년 55명이 숨진 인천 인현동 라이브 호프집 참사도 시각을 달리해 보면 뿌리 깊은 토색질 탓일 수가 있다. 실제 사장 정씨가 관할 경찰서 경찰관들 외에 인천시청과 구청공무원 그리고 소방서 관계공무원들에게 수시로 뇌물을 상납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고 그에 따라 이들 공무원들이 반대급부로 부정과 탈법을 눈감아 주고, 그것도 모자라 불법영업을 비호하며 뒤에서 봐주었다는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정씨가 뇌물을 제공한 공무원의 수가 1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나라 망치는 토색질
공룡처럼 거대한 공기업 한국전력이 3년간 광고선전비 146억원을 불법전용해서 부서회식과 야유회, 관광, 윷놀이로 탕진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부채 31조4000억원을 내며 부실경영을 해놓고도 국민의 혈세를 수탈한 것이다. 공자시대의 얘기만이 아니다.
씨랜드 참사로 자식을 잃은 전 필드하키여자 국가대표선수 김순덕씨가 인천 호프집 참사를 보고 『아직도 정신 못차린 나라』라고 힐난한 말을 새겨보자. 어느 누가 앞장겨 이민을 떠나려는 그녀를 말릴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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