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시커먼 연기가 나의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사는 동네가 아직도 암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보다.

나는 공무원도 상인도 아니지만 이 동네에 사는 성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직도 부끄럽다. 6일 오전엔 불의의 화재로 세상을 박탈당한 어린 영혼들을 위한 합동 추모제가 있었다. 유족들의 요구사항 중에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건전한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있었다.

갈 수 있는 곳과 가서는 안되는 곳에 대한 담론이 회자되고 있다. 청소년 기본법과 육성계획에 따르면 시, 도는 청소년이 갈 수 있는 다양한 수련시설을 설치하게 되어있다.

인천시는 청소년 1인당 수련시설 면적이 광역시 중 가장 작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인천에서 공론화된 적은 한번도 없다.

한편 청소년 보호법은 시행된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유해매체, 유해약물, 유해환경에 대한 정의와 제한과 처벌이 잘 담겨져 있지만 법이 추구하는 감시와 고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었다.

사회 물리적 유해환경은 상업자본주의와 매우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사는 한 업주의 양심에 호소하고마는 패배적 사고방식이 대안처럼 제시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에 호출당한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막다른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가 진실로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당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제도와 사회의 구조적 악, 성인들에 의한 인권유린과 사회적 차별들이 그것이나, 그들이 당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은 그들이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참여시키는 것이다.

참여란 개인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인 참여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공공생활의 참여, 생산에의 참여, 사회변화와 발전에의 참여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일에의 참여이다. 청소년이 참여를 배우고, 만약 그들이 기회를 갖게 되면, 더욱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시민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청소년의 참여가 증진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아직도 대부분의 청소년과 관련된 주요 정책과 제도, 프로그램은 청소년 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회의에서 결정되며, 청소년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있는 청소년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청소년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청소년들의 능력이나 관심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에 기인한다.

우리는 청소년을 「내일의 주인공」「미래의 희망」으로만 여길 뿐, 그들이 오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진 집단으로는 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등장한 것에는 모두 주목하지만 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정과 기식, 그리고 상상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지역사회나 지방정부의 문제를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청소년 문제와 지역사회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하고,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추자는 의견이 국회에서 부결괸 걸 보면서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새천년의 시대엔 청소년이 주체가 되고 그들이 참여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