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중학생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공부하라며 폭행한 데 반발해 집 안에 불을 질러 잠자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이 학생은 “어제 아버지가 공부하라며 골프채로 찌르고 뺨을 때려 범행을 결심했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자녀와의 진로문제에 대한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강압적인 태도로 밀어붙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권위로 아이를 억압할 뿐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부모는 자녀에게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녀에게 반대의견이나 이의제기,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관계’다. 자녀의 잘못에 대해 엄격하며, 자녀의 실수에 대해서 따끔하게 혼내고 도덕적인 훈계까지 해야 마음이 후련하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종속적인 관계로 생각해서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을 부모 마음대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부모와 자녀는 명령하고 복종하는 관계가 되고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자녀는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권위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위축되고 소극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반항적인 성격이 된다. 부모에게 억눌린 분노를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에게 보복하려는 심리를 잠재적으로 보유하게 된 결과, 강자에게는 복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위축되지만 약자에게는 억눌린 분노와 감정을 표출하여 공격적이 된다.
부모는 자녀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몸집이 아이들보다 큰데다가 아이의 생존권을 쥐고 있다. 힘의 균형이 넘어가기 전까지 자녀는 부모에게 눌려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녀가 어릴 때 부모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양육했더라도 자녀가 성장해서 만 13세 이후가 되면 자녀의 힘이 점차 커지게 되므로 부모의 물리적인 영향력은 적어진다. 이때부터 아이는 부모로부터 습득한 분노 처리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부모는 자녀의 성장과정에 역할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반격, 보복의 심리가 커져서 사춘기가 되면 부모에게 반항을 하게 된다. 자녀의 억압된 욕구가 화산처럼 분출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무시하면 아이의 마음속에 원망과 분노, 보복의 충동을 길러주게 되고 결국 아이는 부메랑과 같이 그 말을 돌려주게 된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넌 그저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부모가 평상시에 이런 말로 일관했다면 자녀로부터 이렇게 돌려받을지도 모른다. “뭘 안다고 그러세요. 그냥 가만히 계세요. 그게 도와주는 거예요.”
아이들과 대화하고 타협하기보다 지시하고 강요하는 데 익숙해 있는 부모라면 자신의 생각만을 아이에게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무서워서 하지 못하던 자신의 감정표현은 물론 자신의 생각을 부모에게 모두 털어놓을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아이들의 입장에 서 보고 이해해 주며 대화하고 함께 노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가 되자.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모라면 부모의 권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자녀가 복종하기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공익광고 문구가 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학부모이기 전에 부모의 참모습을 회복했으면 한다. 가정은 아이가 태어나 가장 먼저 겪는 사회화의 과정이며 가장 큰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자녀의 바람을 무시하고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사육하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으로 키운 아이가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아이들은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는 그들 나름의 삶의 이유와 소명이 있다. 그러니 자녀의 특성을 무시한 채 부모의 가치관을 주입시키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인 개체이며 자신의 삶의 목적이 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모습대로 세상 속에서 자아실현을 해 나가도록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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