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자존감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존심과 구별되어 쓰이는데, 우리말 큰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으니 근래 들어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일 것입니다. 우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마음, 그래서 자기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소중히 생각하며 사랑하는 마음, 즉 ‘자긍심’과 통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개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고 이것이 높을수록 어떤 일을 해내는 데 성공률도 높으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이 될까요. 말할 것도 없이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칭찬의 말이 한 개인의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예컨대 발명왕 에디슨과 그 어머니 이야기가 있지요.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병아리가 탄생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알을 품고 앉아 부화를 기다릴 때, 그 어머니의 반응입니다.
“아니, 넌 닭도 아닌데, 어떻게 병아리를 만든다고 그래? 말도 안 되는 짓 하지 말고 나오지 못해? 어서 가서 공부나 해!”
이렇게 야단을 쳤을 법도 하건만 그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은 정말 특별해. 생각하는 게 기발하기도 하지. 넌 큰 사람이 될 거야.”
이렇게 엉뚱한 짓에도 칭찬을 듣고 자란 에디슨은 더욱 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연구에 몰두한 끝에 발명왕이 됩니다. 어머니가 심어준 자존감, 자긍심이 아니었다면 진즉 좌절했을 일들이 한두 가지였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가족, 친구, 선생님의 칭찬이나 격려의 한마디는 개인의 자존감 형성에 천금같은 보약이 될 것입니다. 하기야 더 중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면 무엇을 못하랴 했던 소년 다윗처럼 말입니다. 그런 사람은 특별하고 가치 있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언젠가 공동선을 이루어낼 테니까요.
한편 자존심은 ‘제 몸이나 품위를 높게 가지는 마음. 제 잘난 마음.’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의미로 보면 ‘남에게 얕보이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늘 생각합니다. 그 ‘남에게’를 ‘하느님’에게로 바꾸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그래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그분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자기 혼자 있을 때도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삼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남에게 얕보일까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럴듯한 포장지로 겉을 두르는 것은 진정한 자존심이 아니라 ‘헛자존심’이 아닐까요?
그럼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아는 것이 없어도 아는 체하는 사람, 돈이 없어도 있는 체하는 사람, 잘못한 줄 알면서도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 말부터 앞세우고 지킬 생각도 안 하는 사람, 약속 시간 넘기고도 미안한 줄 모르는 사람, 제 눈의 들보는 생각지 않고 남의 눈의 티를 보고 흉보는 사람, 남에게 피해를 주며 약삭빠르게 자기 이득을 챙기고는 기뻐하는 사람, 자기는 호의호식하면서도 남에게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 익명성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악플 달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 나열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자존감과 자존심을 갖고 자기를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이 단 하나로 창조해주신 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 그분께 실망 드리지 않도록 진정한 자존심을 잘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맨 먼저 자기를 소중히 생각하며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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