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차가워진 기온과 짓궂게 흩뿌리기 시작하는 빗방울.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악천후 속에서도 1천여 명의 신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무엇이 이들을 거리에 나서게 만들었을까.
이들 행렬이 외친 구호의 요지는 ‘대규모 준설을 중지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라’였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시가행진에 앞서 봉헌된 영산강 생명?평화미사 강론에서 “주교회의는 4대강과 관련해 각계의 다양하고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지만 정부 당국은 결정에 무조건 따르라는 취지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거만하고 무성의한 자세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2일 주교회의는 ‘생명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하여’라는 성명서를 통해 복음적 가치에 따라 생명이 넘치는 강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교회 내 구성원들 사이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이 우리들을 갈라놓고 있는 것일까.
가톨릭교회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주교회의 또한 그 바탕에 ‘복음적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념이나 경제적 손익관계를 넘어서서 우리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터전이 지금 우리들만의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된 수많은 환경파괴가 불러온 재앙을 우리 세대는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대규모 운하와 준설이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해 뒤늦게 막대한 자금을 들여 복원사업을 펼치는 선진국의 사례도 간과할 수 없다.
보시기 좋았던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것이 땅을 파고, 강바닥을 긁어내고, 물을 가둬 로봇 물고기를 띄우는 것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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