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차 없는 거리, 담배연기 없는 거리 등의 캠페인성 거리 조성에 분주하다.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걷고 싶은 거리, 문화의 거리, 낙엽의 거리 등 문화적 이미지를 부각시킨 거리들도 우후죽순 생겨난 바 있다.
이들은 예전 음식거리, 자동차거리 등 상업적인 면에서 조성되던 거리와 달리 지역민들이 만남과 친교를 이루는 공간, 사회 문화를 고양하는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그저 ‘보여주기식’의 거리 조성이라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달리 최근 서울시를 중심으로 지정되고 있는 ‘나눔의 거리’는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을 한층 높이고 기부문화 등을 활성화하는데 구심점이 됐다. 한국교회 신앙의 구심점인 명동도 지난 9월 나눔의 거리로 지정, 지역 상인들은 물론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 누구나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펼치도록 돕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명동 지역 내 각종 상점과 학원, 기업체 등은 자발적으로 물품과 서비스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이웃들은 또다시 각 업소들을 격려하는 나눔의 순환을 이루는 모범이 이곳에서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최근 부산시 금정구 부곡3동 일대가 ‘가톨릭 특성화거리’로 지정됐다. 부산교구가 교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현주소, 교구 내 성지 등을 소개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로 새 모습을 갖추는 노력의 하나로 추진한 사업이다.
각종 가톨릭계 학교와 복지시설, 수도회, 피정의 집 등이 자리 잡은 이곳은 오랜 시간 부산교구 영성의 못자리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이 지역은 불교와 이슬람교 등 이웃종교와의 화합과 상호존중의 구심점으로도 든든히 자리해왔다.
수많은 순례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오가는 이 지역은 이번 특성화거리 사업을 통해 신자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 올바른 교회의 모습을 알리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 특성화거리가 앞으로 여타의 거리와 같이 ‘반짝 이벤트’식으로 보여지는 곳이 되어선 안 될 일이다. ‘가톨릭 특성화거리’가 가톨릭뿐 아니라 지역사회 종교문화의 대표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오가는 이들이 보다 실질적으로 교회에 다가와 교회의 영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원책도 기대해본다. 영성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은 도심 속 수도원의 정원을 걷기만 해도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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