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부터 한 주간은 한국교회가 정한 성서주간이다.
「말씀으로 기쁨을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을 표어로 내건 올해 성서주간은 그 어느때 보다 뜻깊게 보내야 한다.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잇도록 준비해온 성부의 해를 마감하는, 20세기 마지막 성서주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가 한해의 마침과 새해의 시작이 교차되는 연중 마지막 주간을 성서주간으로 설정한 것은 그만큼 성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교회 구성원들인 신자들이 일의 시작과 끝을 늘 성서말씀과 더불어 하도록 깨우치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로서 하늘과 땅의 주재자이신 주님 앞에서 우리의 모든 삶을 셈해 바치는 날이다.
성서의 인생관은 「순례의 여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의 사생활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공생활만을 그분의 순례 여정으로 소개한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후 교회의 순례 여정이 이어진다. 지상의 나그네인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교회를 자기 순례여정의 탁월한 동행자와 인도자로 삼는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이 교회 안에서 성령의 도움을 받으며 아들과 함께 아버지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 바로 성서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새로운 선교 열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전국 각 교구와 본당, 단체들마다 새로운 천년기를 올곧게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보다 적극적인 성서공부 열기가 더해진다면 새천년기는 분명 희망찬 세기가 될 것이다.
성서주간 둘째날인 22일 월요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린다. 사제들이 앞장서 「생활 속의 성서말씀 실천」을 강조해온 성서사도직 단체 「성서 못자리」의 10주년 기념행사가 그것이다.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교구 사제들에 의해 시작됐고,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단체의 원조격인 성서못자리 연구회는 사제들의 유일한 휴일인 월요일을 오롯이 바쳐 동료, 선후배 사제들이 10년을 한결같이 성서공부를 해오면서 신자대상 성서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제 600여명 중 14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성서못자리의 활약상은 분명 한국교회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빛이 되고 있다.
우리 모두 사제들의 솔선수범에 용기백배, 힘을 얻거 성서말씀의 생활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자. 2천년 대희년을 「성서공부의 해」로 선포하고 말씀의 생활화운동에 적극 나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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