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산맥을 여행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가끔씩 사슴들이 떼를 지어 길을 건너던 모습이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가 숲 속에서 사슴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차를 세웠고, 줄을 지어 걸어나오던 사슴을든 덩치가 엄청나게 크고 뿔이 휘어져 있는 사슴의 인도에 따라 한가로운 걸음으로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 숲으로 들어갔다. 그림동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기사슴들이 몇 마리씩이나 재롱을 부리며 엄마사슴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사람도, 사람이 만든 자동차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모두 숨죽여가며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놀라워하는 애게 함께 여행 중이던 한 캐나다인이 말하길, 이곳은 원래 저들의 지역인데 윌가 빌려서 도로를 만든 것이니 동물들이 우선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고, 동물들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가끔씩 차에 치어죽은 고양이, 뱀, 너구리, 쥐 등이 발견되곤 한다. 이들의 억울한 죽음은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시건설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론자들의 제안을 수렴해 고속도로 주변에 야생동물 이동통로 개설에 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몇몇 군데에는 이미 실현되기도 했다.
환경선진국으로 한발 다가선 정부의 시책에 반가움이 앞섰지만, 수백 억의 예산을 소비한 환경부의 국토 그린 네트워크 계획이 사전에 충분한 생태계 기초조사도 없이 가시적인 사업실적만 염두에 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야생동물들이 수백 억씩 돈을 들여가며 도로를 만들어주길 바라진 않는다. 단지 그들의 서식지를 무자비하게 파괴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제아무리 발달한 공법으로 만든 도로라 해도 하느님이 지어주신 천연의 숲 보다는 못할 게 뻔하지 않은가! 개구리 한 마리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남겨주는 일은 곧 미래의 우리가 사는 길이다. 따라서 환경부 관계자들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고 깊이 있는 안목을 지닌 인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실제로 깨끗한 도시로 정평이 나 있는 싱가폴의 경우는 환경부 장관이 모든 부처 가운데 단연코 수석장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어떤 정부시책이든 환경부 장관의 재가를 얻지 않고는 시행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재난을 미리 예빵할 줄 아는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국가이다. 이제 우리도 하느님께 모든 피조물이 함께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사고 기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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