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알라신이 동물을 만들고 나서 수명을 50년씩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맨 나중에 찾아온 인간에게는 25년 밖에 줄 수가 없었다. 인간이 불평을 하자 알라신은 인간에게 동물로부터 조금씩 얻어보라조 일렀다. 그래서 인간은 여기저기 찾아다닌 끝에 말과 개와 원숭이한테 각각 25년씩을 얻었다. 그랬더니 알라신은 인간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25년은 인간으로서 살되, 다음 25년은 말처럼 일하고, 다음 25년은 개처럼 짖고 나머지 25년은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어라』
우리에게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하고, 살아야 할 날들을 생각케 하는 우화다. 지금 우리는 어떤 나이를 살고 있는가. 우리 쯤의 나이라면 개처럼 짖고 있을 나이인데 말품을 팔며 사는 것고 그럴 법하다고 생각이 된다.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나 방송에서 「SBS전망대」시사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 어찌보면 입으로 말을 하며 사는 직업이 아닌가.
말처럼 개처럼 원숭이처럼
그러나 최소한 나의 말년이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지칫 처신을 잘못하거나 생애의 중요한 고비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말년이 되기도 전 초로의 나이에 세상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자식들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는 꼴이 되기 쉽다.
나와 가까이 지내던 언론계 또는 정계의 인사들 중에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을 들락거린 사람, 신문지상에 고개숙인 모습으로 지탄을 받은 사람, 그리고 간혹 처절하게 무너져 병을 얻고 생을 마감한 사람도 적지 않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행복하다. 나는 최소한의 향락이라는 의미의 행복을 쫓으며 살지는 않았다. 우연을 기대하거나, 편법의 성공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숱한 극복을 통해 내가 이룰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일구며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고향 황해도에서 월남해서 힘겹게 살며 대학입시에도 떨어져 본 경험이 있다.
절망하고 방황하던 젊은날 성당을 찾게되어 경건한 삶의 길을 인도받고 일관되게 신앙생활에 몰두해 왔다.
8년간 국회의원으로 국회 외무위원장을 두번이나 역임하며 한때는 자만심에 빠진 적도 있었다. 12대 국회의원 선거때는 유세장에서 연설을 못할 정도로 야유와 소란과 난동이 벌어졌다.
유세가 끝나고 군중 속을 빠져나갈 때 어느 대학생이 나를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봉두완 선배님,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이 왜 군인들을 따라다니며 이렇게 우리를 실망시키느냐』고 울부짖었다. 나는 할말을 잃고 선거 때 빌려쓰던 여관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혼자 실컷 울었다. 그러는 가운데 마음 아프고 속이 상하고 두려움에 떨 때 명동성당을 찾았다.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할 말을 잃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로마서 14장 22절의 말씀은 언제나 내 수첩에 적혀있다.
『여러분에게 어떤 신념이 있다면 하느님 앞에서 각각 그 신념대로 살아가십시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느 사람은 행복합니다』
나는 이 말씀으로 다시 일어났다. 나는 그때 당직자 회의, 당원단합대회에서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군사문화를 배격하여 문민정치를 하자고 부르짖었다. 물론 내가 한 말이 어떤 정치적 후유증과 불이익이 올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공천에서 탈락되어 충격과 배신감으로 괴로워할 때도 나는 성체조배하고 신부님께 모든 것을 고백하고 위로를 받았다.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신념대로 살아가리라
나의 말년이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한 그 계기, 그때의 말씀 나는 지금도 그 쓰라린 상처를 되돌아 본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떳떳하고 가치있는 일에 열중하며 보람된 날들을 조내고 있는 것도 그때의 상처와 좌절이 없었던들 가능했겠는가. 상처로부터 희망의 싹은 다시 돋아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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