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월 기준으로 한국에 온 탈북자의 수는 1만9569명이다. 2010년 들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의 수는 1월에 184명, 2월에 172명, 3월에 169명 등이다. 이 추세라면 11월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의 수가 2만 명에 도달했으리라 예상된다.
그 가운데 여성이 약 80%다. 2000년까지는 여성이 50% 미만이었지만 2008년에는 평균 78%를 넘어섰다. 2000년 이후 국내에 들어오는 남성은 한 해 평균 500명 정도지만 여성 입국자 수는 남성의 두세 배로 증가 추세다. 그 가운데 20~40대 여성이 약 8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 탈북자가 단기간에 갑자기 늘어난 건 북한의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식량난으로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가장이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식량조달의 책임이 고스란히 여성에게 넘어갔고, 생계를 궁리하던 여성 가장이 중국으로 건너왔다가 남한에 정착한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또한 여성 신분이 중국으로의 이탈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의 남자는 10대부터 군대에서 1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엄격하게 통제·관리의 대상이 되는 점도 국내로 입국하는 성비 차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남녀 구성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전체 고용률은 남성이 61.7%로 여성 37.8%에 비해 높다.
통일부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사회 일원으로 자립·자활 의지를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1997.1.13 시행, 2010년 9월 29일 개정)에 따라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여성특화교육 강화를 통한 심리안정 및 건강회복 지원, 노동부·기업 등과의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을 진행,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탈북자들이 겪는 경제적·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더욱 심각해지기만 하는 것 같다. 금번 국정조사를 위해 탈북자 222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월수입이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탈북자가 56%나 된다. 이 중 여성 탈북자들의 상황은 더욱 비참하다. 자립이 어려워 성매매를 하거나, 결혼을 통해 안정을 찾고자 결혼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이라 하겠다. 탈북자 지원 체계나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탈북자 수가 수 백 명, 수 천 명일 때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보살핌의 시각이다. 통일 독일의 옛 동독 지역에서는 요즘 여성 근로자 기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독 출신 여자가 사회 빈민층으로 전락할 거라는 염려를 깨고 자원이 많은 서독 지역에 진출해 사회활동을 활발히 벌였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을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동독 출신이다. 지난 6월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우르줄라 맨레(Ursula Mannle) 독일 바이에른 주 의원은 “여성을 통해 북한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남한 사회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혼란을 줄여 빠른 적응을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탈북 여성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우리도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탈북 여성이 늘어날 때 어쩌면 곧 닥칠지 모를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아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현재 기울이고 있으며, 사회복지영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예전보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가톨릭 신자들부터 새터민을 대하는 인식전환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탈북자 문제는 조만간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이 될 수 있다. 통일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하게 될 탈북자를 우리 사람으로 받아들이려는 우리 사회의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교회도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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