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에서는 성경을 멋대로 해석하던 수많은 이단들 때문에 평신도들에게 함부로 성경을 읽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1962년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부터 ‘성경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는 ‘말씀’이 평신도들의 신앙생활 깊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성경을 읽지 않는다고 평신도들을 더 이상 탓하지 말자. 오히려 ‘읽으라’고 다그치기만 했지,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동안 제대로 제시해 주지 못한 교회 탓이다.
그나마 수도회와 교구 차원의 노력에 힘입어 다양한 성경 공부 모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대다수의 평범한 본당 신자들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본당 차원의 ‘성경 통독 모임’의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성경통독일까? 흔히 말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비유’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다. 성경 전체를 통으로 읽으며 구세사의 흐름 안에서 성경을 읽어 나가는 사람과, 달랑 ‘매일미사’ 책을 가지고 복음 나누기만 하는 사람 사이에서 발견되는 영적 자양분을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그것이 개개인의 신앙으로 이어지고, 결국 한국 가톨릭교회 전체의 영적인 질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어떻게 읽도록 해야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삼덕젊은이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비블리꿈 성경통독학교’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실제적인 읽기에 들어가기 전에, 수차례에 걸쳐 성경 전체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실시한다. 이 강의를 통해 신자들은 성경 각 권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성경의 흐름에 대한 기초적인 맥을 잡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성경목차에 따른 읽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성경목차는 성경 속 역사의 흐름대로 묶여있지 않고 문학양식별로 묶여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목차대로 읽으면 오히려 더 헷갈린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새롭게 읽기표를 작성하였다. 예를 들어 열왕기 하권을 읽을 때는 동시에 그 시대에 해당하는 예언서를 찾아서 번갈아 가며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체 특강이 끝날 즈음엔, 적정 인원으로 구성된 팀모임을 구성한다. 이때 레지오와 같은 기성 단체를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봉사자 안수식과 팀 봉헌식 같은 예식들도 전례 안에서 적절히 시행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상의 본격적인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실제적인 읽기에 들어간다. 정해진 분량의 읽기는 개인적으로 읽어오되, 정해진 양식에 따라, 나누기 자료를 준비해 와서 일주일에 한번 팀별 나누기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봉사자들을 위한 교육으로, 평일에 하루 정해진 요일에 다음 주 읽을 분량에 대한 특강미사를 실시한다. 이렇게 대략 일 년이 지나면, 성경 전체를 통독하게 된다.
이제는 비판만 하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목마른 신자들에게 물만 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물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통독은 한국교회가 말씀의 뿌리를 내리고, 영적인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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