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진학에 관한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 중에 가까운 시인의 아들이 예술 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와 축하의 말을 전했다. 자식이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무작정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한숨이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가진 재주를 귀하게 여긴 좋은 선생님이 무보수로 악기 연습 지도를 도맡아 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부터 부모가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한 모양이다. 시인인 아버지의 삶도 옹색하기 짝이 없는데, 대를 이어 아이 또한 이 험난한 길을 택한다고 하니 어찌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속된 말로 예술이 밥 먹여 주나. 예술은 누군가의 관심과 후원, 격려가 없으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가 없다. 스스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는 자생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라, 종교단체, 개인이 후원해주지 않고 스스로 자리 잡은 예술가가 몇 되겠는가. 그것도 당대에 이름을 떨친다는 것은 가뭄에 콩 나기다.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순수예술 분야의 꿈나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지원은 야박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예술가의 작품이 진가를 드러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한데 한 인간의 삶은 너무나 짧다는 점이다.
우리 삶속에 시와 그림과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그리고 예술이 부자들의 자제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어디 살맛이 나겠는가. 이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제대로 된 문화 예술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귀와 눈을 크게 열어 놓아야겠다.
예술을 ‘밥’이라는 경제논리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예술의 온갖 장르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을 좀 더 가까이 만나 뵐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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