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합일(知行合一). 명대의 왕수인(王守仁, 호는 양명, 1472~1528)에 의해 형성된 양명학(陽明學) 사상의 하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켜야 하며,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아직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학교 도덕 시간, 지행합일에 대해 배울 때만 해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것은 참 쉬운 일인 듯 여겨졌다. 그러나 수많은 변명으로 자기를 합리화하며 지행불일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란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9년 2월 16일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 그는 매순간 자신이 아는 데로 행하는 삶을 살며 지행합일을 실천했다. 6월 항쟁 중 명동성당에 투입된 경찰에 맞서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말했고, 장기집권의 야욕을 품은 박정희 독재정권을 향해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 유익한 일이냐”고 정면 비판했다. 농민, 노동자, 철거촌 주민 그리고 훗날 이주노동자 등 언제나 사회적약자의 편에 섰던 그는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을 각오로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했으며, 가장 낮은 자리를 자처했다. 그의 삶의 행적은 말 그대로 ‘지행합일’의 행적이었다.
2010년 11월 9일 그를 기억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현대 한국사회의 문제를 김수환 추기경에게 묻는다’를 주제로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은 김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미래 사회의 비전을 점쳐보는 뜻 깊은 자리였다. ‘감사·사랑·나눔·실천의 정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 ‘일치와 포용’, ‘인간화 사회를 지향하는 시민성’ 등 그의 영성과 사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들으며 김 추기경의 ‘지행합일’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지행합일’이 아닐까? 아는 데로 사랑할 것. 아는 데로 베풀 것. 평생 지행합일의 길을 걸어간 김 추기경의 발자국이 선명히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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