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인 12월로 들어섰다. 올해 12월은 20세기의 마지막 달, 나아가 두 번째 천년기의 마지막 달이자 대희년이 시작되는 달이다.
11월 29일 전국의 주교님들이 의정부 한마음수련마을에서 닷새동안의 공동피정에 들어갔다. 이번 주교단 공동피정은 아마도 한국교회에서 처음일 것으로 생각된다.
새 천년을 맞는 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쇄신되고 변화되며 참으로 하느님의 뜻에 맞는 하느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양떼를 이끄는 목자들이 새롭게 나야 한다는 취지이다.
한국교회의 대희년 맞이는 전에 없이 차분하고 진지하다. 예년 150주년이나 200주년, 서울 세계성체대회 등등 대교모 행사들을 치러내면서 한국교회와 사회에 과시했고 세계 교회 안에서도 그 위상을 높였다. 엄청난 수의 신자들이 여의도 광장 등에 모여서 하느님을 중심으로 일치되는 모습을 드러냈고 다양하고 특색있는 실천 운동들을 통해서 쇄신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혹자는 이러한 대형 행사들을 치러내는 한국교회의 저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삶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일회성 행사들의 난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한국교회는 어쩌면 침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내실을 기하는 준비를 해왔다. 대규모 행사나 인력 동원이 필요한 집회 등을 가급적 피하고 「새날 새삶」을 위한 삶의 실천운동을 조용하게 교구와 본당, 수도회, 기타 단체 단위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구현해왔다.
물론 지금까지 교회의 각 단위 공동체안에서 이러한 삶의 실천이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져왔는지는 2천년 대희년을 지나면서 드러날 것이다.
어쨌든 나름대로 충실한 내적 변화를 겨냥하면서 추진된 대희년 맞이가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한국교회의 양떼들을 이끄는 전국의 주교님들은 닷새 동안 한국교회와 우리 민족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신다. 하느님 백성을 위한 이 기도들에 우리 모든 신자들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대림시기가 끝나고 12월 24일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 전야에 「은총의 대희년」이 개막된다. 우리는 기도로써 대희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 기도가 복음적 삶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제 20일 남은 희년을 맞기 위해 정성스러운 기도로 마음을 가지런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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