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분 수녀님들만으로도 가득찬 느낌이 드는 작은 성당에 성체등은 침묵으로 아롱지고 기도 속 명상에 잠긴 수녀님들 모습은 그대로 한 장의 상본 같았다.
조용한 미소로 맞아주시던 원장수녀님은 갓 수확한 과일과 알밤을 라면박스에 고이 담아 주시며 “기도해 드릴게요”하셨다. 이보다 더 귀한 강사료를 받아 본적이 없었다. 이렇게 나는 가르멜의 모후 관상수도원을 처음 만났다.
지극히 청빈을 사시며 기도하시는 분들, 이곳 수녀님들은 손수 농사지어 자급자족하신다. 농사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품삯 일꾼을 들이지 않고 지붕이 새고 담이 헐어도 흙일과 시멘트작업, 목수일까지도 손수하시고 농기구 수리까지도 직접 하시며 어떤 상행위도 없는, 철저한 봉쇄생활로 봉헌의 삶을 살고 계신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의아해하는데 원장수녀님께선 “가난해야 한 끼의 소중함을 알고 그래서 한 끼도 굶기지 않으시는 주님의 자비가 사무치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린 다만 주님의 손길을 느끼며 주님의 뜻대로만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기도만이 외어질 뿐이었다.
이어 수녀님께서는 “그런데 각종 세금이나 공과금과 진료비는 배추나 무로 갚을 수가 없어요”하고 안타까워하셨다. 이 수녀님들이 온전한 수도생활에만 전념하실 수 있도록 해 드릴수가 없을까 생각하니 목이 메어왔다.
지난여름 장맛비에 수녀원 침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낡은 건물이 더는 못 견디었는지 비닐을 덮고 세운 밤, 한여름에는 단열이 안 되는 건물이라, 방안 온도가 밤에도 30℃를 훨씬 넘는 열대야에서 기도와 농사일로 바쁜 일과를 보낸 수녀님들은 단잠을 주무셨단다.
지금은 또 성당 천장에서 물이 샌다. 비닐을 받치고 음료수병을 잘라 물받이로 천장에 매달았다.
“수녀님 도움을 청하기로 해요. 성당을 새로 지으셔야 하겠네요.”
“주님께서 해주시겠지요. 하늘과 땅이 온통 주님의 집이신걸요. 신자들에게 도움을 청해 폐를 끼치고 번거롭게 해 드리고 싶지 않아요. 여태도 그랬는걸요. 성당이 무너지면 천막이라도 어떻겠어요. 우린 세상의 온갖 어려움에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주님 사랑과 위로로 보람과 기쁨 느끼시도록 기도해드리고 싶어요.”
고통을 주님께 공을 세울 기회로 사는 분들께 고통은 이제 고통으로써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건가?
수녀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세파에 시달린 이 가슴에 저며와 눈물겨웠다.
문득 호주의 브리스번 어느 근교에서 보았던 ‘예수성심상’이 떠올랐다.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크고 매우 아름답게 조각된 그 ‘예수성심상’에는 손이 없었다. 놀라워하며 살핀 발아래는 “네가 나의 손이 되어 주겠니.”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의 충격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우리 모두가 오늘은 주님의 손이 되어 기도의 집을 짓도록 모았으면….
아득히 멍울져오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돌아오던 날 밤 달빛이 서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은 이렇게 편히 누운 것이 왜 이렇게도 미안한지 모르겠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 닥치고 기도의 집은 허물어져 가는데 나는 이렇게 편히 지내도 되는가? 너무 죄송하다.
※ 성당 건립에 도와주실분 351-0100-9467-93 농협(예금주 가르멜모후 수도원) 010-2542-6783(수도원 원장수녀님)
※ 후원회 함께하실 분 연락처 010-8561-4321 minjimam@nate.com
♣ 바로잡습니다
11월 28일자(제2723호) 22면 독자기고 ‘기도의 집은 무너져 가는데’기사 후원회 연락처 ‘010-8567-4321’을 ‘010-8561-4321’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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