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11월도 다 가고 있습니다.
금년은 한국 전쟁 60주년에다, 천안함 사건까지 터져서 남북 관계가 최고조로 긴장되었지요. 그런 속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조금은 불안했습니다. 나이 들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나라를 위한 기도 시간이 늘어난 것!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일은 마침 ‘요한대학’ 말씀 봉사가 있는 날이어서 250여 명 어르신들과 함께 힘찬 화살기도도 쏘아 올렸지요. 중대한 회의가 아무 방해 없이 무사히 치러지기를, 그리고 좋은 열매 맺어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잘살게 되기를! 자신보다 후손들을 위한 어르신들의 기도는 진지했답니다.
18일엔 대입 수능시험이라는 큰 행사도 있었지요. 오랜 세월 고등학교 교사로 지낸 저로서는 학부모님, 학생들의 노고를 잘 알기에 그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마침내 두 가지 행사가 무사히 끝나고 나니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주님!
그렇게 안도의 숨을 쉬면서 또 다른 욕심을 품어봅니다. 이 좋은 계절에 우리 국민이 책을 좀 가까이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청명한 날씨, 단풍 고운 가을에 너도 나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서두르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겨울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바야흐로 겨울의 문턱을 딛었습니다. 한 잔의 따끈한 차를 마시며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최적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요즈음은 어른이고 아이고 책 선물을 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차분히 앉아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게 몸에 배지 않아서이지요. 저는 확신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 습관을 잘 들인 사람이라고. 수험생을 둔 학부모님들이 논술시험을 걱정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좋은 책을 읽히며 독서 지도를 제대로 했더라면 논술 지도가 따로 필요 없는데…. 지식의 보고, 정보의 바다에서 즐겁게 헤엄치며 돌아다니다 온 그들은 사고력, 독해력, 문장력이 늘어 어떠한 주제를 주어도 담대하게 글을 써 나갈 수가 있지요.
독서의 장점이 그뿐이겠습니까? 책 속에 길이 있고 스승이 있어 앞으로의 인생길에 나의 역할 모델을 만나는 것, 이거야말로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값진 보물찾기입니까? 그럼 어린 아이 때부터 어떻게 해야 책을 좋아하게 만들까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 교육에서 가장 좋은 효과는 ‘보여주기’, ‘모범을 보이기’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요?
그런데 저는 최근에 또 한 가지 독서의 장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답부터 말하지요. ‘노후에 가장 좋은 친구!’ 이건 정말 대단한 발견이랍니다. 제가 늙기 전에는 이런 장점을 알아내지 못했거든요. 주변에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 외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젊은 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왔기에 시간 여유가 생긴 지금, 그야말로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한편 골프야 해외여행이야 밖으로만 돌던 사람들은 이제 다리가 아파 돌아다닐 수도 없다며 삶이 따분하고 외롭다고 합니다.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그때가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때라고 책을 보내줍니다. 그러면 대부분 들려주는 말! 서너 장만 읽어도 눈이 아프고 골치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아아, 때는 너무나 늦었지요. 독서가 노후에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줄 알았으면 좀더 일찍 책과 우정을 쌓아 왔을 텐데….
나이 들어 곧 뵙게 될 하느님과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성경을 읽고, 좋은 영성 서적이나 문학 서적을 읽고 있으면 아늑한 평화 속에 기쁘기만 한데, 이 달콤한 즐거움을 나누어 줄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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