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을 눈앞에 두고 여야의원 70여명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무기징역을 법정 최고형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사형 폐지 특별 법안을 마련해 금명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한다.
이들 의원들은 최근 이러한 법안 발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세계적으로 105개국이 사형을 법률상, 또는 사실상 폐지한 만큼 한국도 반인도적인 형벌인 사형을 폐지해 21세기가 시작되는 새 천년에 인권신장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100명의 서명을 받으면 즉시 국회에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그 동안 가톨릭교회는 물론 각 종교단체들, 많은 시민 단체들이 입을 모아 사형폐지를 외쳐 왔고 이러한 노력들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다는 증거이다. 사실상 사형제도가 반인도적인가 하는 논의는 제쳐두고라도 실제로 범법 행위를 줄이는데 무기를 비롯한 징역형에 비해 과연 얼마나 큰 효과를 갖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짙은 의혹을 받아왔다. 다른 형벌에 비해 현저한 범죄 억제 효과를 갖지 못한다면 구태여 한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마감하는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최근 한국 갤럽이 갤럽국제조사기구와 함께 우리나라 성인들을 포함해 전세계 52개국 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사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사형제도에 대해 찬성(50%)이 반대(43%)보다 약간 많았다. 하지만 지난 94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이 70%, 반대가 불과 20%에 달했다는 점을 비교해 보면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눈에 띄게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사형제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인 것은 그동안 교회를 비롯한 각계의 꾸준한 노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회는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 2000년 대희년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2000년 한 해 동안만이라도 사형집행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한국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12월 5일 인권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와에서 사형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건의하면서 본격적인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이미 주교단 공동피정에 참석한 모든 주교님들이 이 운동에 동참해 서명했고 전국의 교회 구석구석에서 사형 폐지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국회의원들이 사형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어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정평위 폐지 서명을 바탕으로 내년 중순 국회에 이 법안을 입법 청원하고자 했으므로 이 법안이 정식 발의돼 통과되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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