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교구내 신자 17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들 중 자연적 피임에 동의하는 신자가 60% 이상으로 절반이 넘지만 실제로 50% 이상이 정관 수술 등을 통한 영구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10명 중 4명이 낙태를 하고 있으며 2번 이상 되풀이해 낙태를 한 사람이 무려 6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이 같은 수치는 여러 조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미뤄 짐작되는 내용이지만 이번 조사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 같은 현실을 드러내고 있어 이제는 한국천주교회가 생명 교육에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문제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얼마전 가톨릭신문사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낙태나 혼전 성관계에 대해서 교회의 가르침과는 상당히 다른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낙태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법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거의 절반이나 차지했다. 혼전 성관계 역시 결혼을 앞둔 상태라면 가능하다는 응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바 있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가정사목부가 실시한 조사는 교구 차원에서 정식으로 실시한 것으로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교구의 생명과 가정에 관한 교육에 새롭고 획기적인 대안이 모색되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인식과 가치관은 오늘날 시대 상황과 시대적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며 가톨릭 신자들 역시 작금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므로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교회의 설득력 있는 생명의 복음 선포를 기대하고 싶다. 사실 낙태 문제만 해도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그것을 여성의 권리의 하나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인공적 피임 역시 개인의 선택권의 하나이지 그것 자체가 윤리적 의무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세기말의 화두는 「성(性)」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오늘날 사회에서 과연 생명의 존엄성, 참된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날로 붕괴되고 있는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새 천년 가톨릭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을 시대 착오적 발상이라고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생명 수호의 바탕이 되는 올바른 가치관, 교회의 가르침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 교회는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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