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다. 하느님이 인간으로 오심은 헤아릴 수 없는 큰 은혜임에 틀림없다. 인간으로 오시는 예수님은 죄의 수렁에 빠진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고난의 십자가를 지신다. 어그러진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우리에게 오신다.
모든 계절 중에서도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은 각별하다. 사계(四季)로 치자면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요, 우리 인간의 눈으로 하느님을 보는 계절이다. 우린 겨울에 대림절을 맞이하지만, 그리스도의 계절로는 봄이니 한겨울에도 깊은 땅속에서 샘물이 끝없이 솟아나와 생명을 살리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보는 듯하다.
백화점이나 공공건물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고 있다. 대림(待臨)은 말 그대로 주님의 오심을 기다린다는 뜻. 그것은 과거에 이뤄진 사건이고, 미래에 이뤄질 사건이지만 지금 현재의 일이기도 하다. 신앙을 통해 내게 임하시는 주님을 끊임없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주님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 회개와 겸손이 우선이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죄에서 돌이켜야 한다. 주님이 들어오실 수 있도록 마음의 빈자리를 마련해 둬야 한다. 자신의 인생길을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볼 수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권능을 찬미하며 겸손한 자세로 주님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버림받은 이웃과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돕는 마음으로 지내며 세상 종말에 영광스럽게 오실 그리스도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주님을 소망하는 자에게 이 모든 건 기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인생은 집짓기다’란 말이 있다. 어떤 주인 부부가 멀리 여행을 떠나면서 목수에게 집 한 채를 잘 지어 놓으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이 목수는 주인이 안 보니까 얼른 날림으로 지어놓고 겉칠만 번지르르하게 해놓았다. 나중에 주인이 돌아와서는 이 집의 열쇠를 목수에게 주면서 “이 집은 자네에게 줄 선물이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집은 단순히 우리가 거주하는 집만이 아니라, 우리가 평생 지어가는 인생이라는 집임을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리저리 핑계대고, 남 탓하고, 하루하루 날림으로 지은 집이 결국 내 집이라는 말이다. 대림절은 우리가 하던 대로 관성으로 가던 힘과 방향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짓고 있는 집이 어떤 집인지 알아차리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우리 신앙인은 현실과 복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살고 있다. 이기심과 집착으로 물든 현세적 삶에 안주하려는 우리들을 주님께서 나눔과 섬김으로 이끄시고자 복음이란 채찍으로 내리치실 것이다. 그래서 주님이 오시면, 우린 맞아서 아프게 될 것이다. 이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삶을 주님의 뜻에 따라 바꾸는 것이지만, 우린 오히려 복음과, 하느님 나라와, 주님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걷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0년 대림절 기간 동안 회개와 나눔을 통해 구원의 우물에서 기쁨으로 물을 긷는 날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세상의 참된 평화와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시는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며 두번째 대림초를 밝힙니다. 이 시간,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의미를 되새기며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도록 이끌어주소서. 빛이 되어 오실 주님, 저희가 이웃에게 당신 오심을 널리 전하며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게 하소서. 화해와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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