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율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지난 8월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08년 우리나라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3명의 2배가 넘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안전불감증’도 역시 세계 상위권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통사고의 원인 중에서 ‘음주운전’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누구나 사고를 내기 위해 음주운전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음주를 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어떤 결과를 직접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미리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계속 진행해 잘못된 결과가 생겼을 경우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의도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윤리적 원칙에 의해 예견된 잘못된 결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물론 행위자에게 묻게 됩니다.

왜냐하면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해야한다는 기초적 윤리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은 자기 행동의 악한 결과를 최대한 피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무를 잘 알면서도 악한 결과를 향해 갔다면 그는 스스로 악을 피해야 할 의무를 무시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악한 결과는 그의 의지의 결정에서, 즉 그의 동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장 주인에게는 그의 부주의로 인해 강물을 오염시킨 책임이 있고, 광산업체들은 불충분한 안전시설로 인한 사고에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약품 제조업자들은 그들이 만드는 약품의 해로운 부작용에 유의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아이들의 놀이터를 안전하게 해야 하고, 식당의 주인은 건강에 유의하며 음식을 팔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악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주의가 요구됩니다. 때로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행위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면 이처럼 ‘잘못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모든 행위는 언제나 하지 말아야 하는가?’하는 고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전기를 사용하면 누전이 될 수 있으니까 전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동차도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까 타지 말아야 하며, 자녀들이 야동을 볼 수 있으니까 컴퓨터를 없애야 하는가?’

이때 적용되는 원칙은 ‘이중 결과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선한 결과를 의도하여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하나 부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나쁜 결과 때문에 그 행동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경우에 해당하는 원칙입니다. 이중 결과라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의 행위에서 두 가지, 즉 선과 악이 동시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행위가 선이면 행하고 악이면 피해야 할 것입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선을 행하려는데 원하지 않는 악의 결과도 예상되는 경우가 ‘이중 결과의 원칙’에 해당됩니다. 이때 악한 결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예상되는 악의 결과보다 선의 결과가 더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악을 행하려는데 선이 예상되거나 또는 악의 결과가 선의 결과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이기에 이 원칙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기를 사용할 때 누전의 위험이 있으니 최대한 누전의 가능성을 피하면서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전기는 우리의 삶에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상식적인 말이지만 원칙이라는 거창한 표현까지 사용하는 것은 이 상식이 자주 무시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음주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날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니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입니다. 만약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다면 전적으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경우는 이중결과의 원칙에 해당하지도 않습니다. 그 자체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악한 행동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