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대림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자니 문득 만삭이 되신 성모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아내를 묵묵히 지켜보고 계시는 요셉 성인도 떠오릅니다. 그분은 태어날 아기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셨겠지요. 도대체 어떤 아기가 나올까. 성령으로 잉태된 아기가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생기긴 했을까. 나나 마리아를 조금이라도 닮긴 했을까. 아이 때부터 너무 총명해서 다루기 어려운 아들은 아닐까. 자라면서 나를 아버지로 대접해 주기는 할까.
성모님은 또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셨을까요.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대답은 했지만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라니 얼마나 조심스러웠을까요. 남편한테 공연히 미안하기도 하고,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부담을 안고 사셨을 듯합니다. 혹여 잘못 되면 어쩌나, 몸가짐도 신경 쓰셨을 것이고 분명히 태교도 시작하셨을 것입니다.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지. 나쁜 생각은 하지도 말고 선한 행동만 해야지. 음식도 반듯한 것만 가려서 먹어야지…. 아기를 갖게 되면 행동거지를 삼가게 되는 것이 세상 모든 어미들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듯합니다.
태교라는 덕목이 거론된 것은 서양보다 동양이 먼저입니다. 중국 「열녀전」에 보면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太任)은 성품이 단정하고 한결같았는데 임신을 하자 눈으로는 나쁜 것을 보지 않고, 귀로는 음탕한 소리를 듣지 않았으며 입으로는 오만한 말을 하지 않는 등 태교를 잘 실천하여 문왕과 같은 성군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태교를 이론과 실제로 정리한 책이 나온 것은 자랑스럽게도 1800년경 우리나라에서 입니다. 실학자 유희의 어머니 사주당(師朱堂) 이씨(1739~1821)는 세계 최초의 태교 전문지 「태교신기(胎敎新記)」를 펴냈지요.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태교의 이치, 태교의 효험, 태교의 구체적 방법, 남편의 역할 등 그야말로 임신을 위한 사전 준비에서부터 임신 후의 여러 가지 주의점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씨는 태교란 임신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어머니의 배 속 열 달 가르침만 못하다”고 그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19세기 이후에는 서양에서도 이 태교가 과학적으로 연구 대상이 되어, 임신 중 모든 일에 조심하고 나쁜 생각이나 거친 행동을 삼가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때 태아에게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지요. 태아는 3개월부터 청각기관이 발달하여 5개월이면 바깥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합니다.
태교를 잘 한 분으로 신사임당이 계십니다. 그분은 문왕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스승으로 본받고자 호를 사임당(師任堂)이라 짓고 7남매의 태교에 정성을 다한 분이지요. 그랬기에 율곡과 같은 대학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2007년 신사임당의 전 생애를 소설로 펴낸 바 있습니다. 그 뒤 그분이 화폐의 주인공으로 확정되면서 전국적으로 강의 초청을 받는 등 독자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습니다. 고백하건대 그 소설은 결코 혼자 쓰지 않았습니다. 시작에서부터 주님이 이끌어주셨고, 늘 기도하고 성체를 모시면서 쓴 소설이기에 시종 성령께서 함께해 주셨음을 믿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인류의 어머니로 성모님이 계시다면, 겨레의 어머니로 신사임당이 계십니다. 저는 1964년 ‘맨발의 성모님’께 초대받아 실비아로 거듭난 후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고 삽니다만, 신사임당을 소설로 쓰면서 성모님 버금가게 그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입시를 끝낸 여고생들, 그리고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의 일독을 권하면서 그 인세는 모두 주님의 몫임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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