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강아지 두 마리가 산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나도 그랬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한 해에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만데? 더럽게 집안에서 개 기르는 사람들은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아냐?”
그런데 자식 키우며 입찬소리 하면 안 된다는 옛말이 딱 맞다. 애들 아버지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들을 위해 강아지를 데려온 후, 개 엄마가 되어 산 지 어느새 스무 해가 다 되어가니 말이다.
처음엔 개를 안기도 싫었다. 나를 마구 핥아대는 것도 싫었다. 그러다가 착하게 생긴 두 눈에 홀딱 마음을 빼앗긴 후, 강아지 수발을 드는 일은 어느새 온통 내 차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먹이고, 씻기고, 병원에 데리고 가고, 쓰다듬어주며 함께 자는 사이 마음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무릇 모든 사랑의 특질은 머물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사랑은 자라고, 깊어지며, 확산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강아지들 때문에 내 삶 또한 엄청나게 달라졌다. 다른 강아지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자 동물 학대에 핏대를 올리게 되었고, 유기견 분양에 나서고, 길고양이에게 잔반을 챙겨주고, 수족관에 들어 있는 광어와 도다리 걱정을 하고, 길에서 죽는 온갖 동물에게도 마음을 쓰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이 녀석들의 노예가 아닌가 착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 그리고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새록새록 실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강아지를 키우며 얻게 된 것이 내가 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그 중 한 가지는 주인에게 대한 무한한 신뢰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내가 이처럼 하느님을 믿고 기다린다면, 지금 내 마음속은 이미 천국이리라.
참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이 다 내 스승인 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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