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은 기분에 따라 하거나 말거나 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신앙을 버리는 행위는 큰 잘못이다. 신앙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냉담하는 신자들을 본다면 즉각 그들을 감싸 안아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것도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부산교구 냉담교우 7411명이 교회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산교구는 사목지침을 통해 지난 한 해를 ‘냉담교우 초대의 해’로 지정하고 냉담교우들을 공동체에 초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목적 노력을 기울였다. ‘냉담교우 초대를 위한 사목격려금’을 제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물론 교구 내 각 본당 성직?수도자, 신자들이 열성적인 노력으로 이룬 성과이겠지만, 단기 시도로 이만큼의 성과를 올린 것은 주목할 만한다. 그만큼 교회로 돌아오길 갈망하는 신자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에 각 본당들이 실시한 냉담교우 회두 노력들을 보면 친근하게 다가가고 찾아가는 사목을 공동체 차원에서 펼친 노력이 주효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식에 8년여 전 부산교구의 한 사제가 승합차에 고해틀을 싣고 냉담교우들을 찾아다니며 고해성사를 집전했었다는 보도도 오버랩됐다. 당시 그 사제는 냉담교우들이 성당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사제가 직접 찾아가 돌봐주면 쉽게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호감을 갖고 성당으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예비신자보다, 교회의 모순에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은 냉담교우들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힘겹다.
교구 조사에 따르면 냉담의 주요 원인은 영적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는 교회의 문제뿐 아니라, 공동체에서의 소외감, 신앙으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교우들간의 갈등과 실망 등으로 나타났다. 인간적인 갈등이 신앙생활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하느님을 올바로 만나도록 돕기 위해서는 친교와 감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국은 내가 먼저 잘사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이웃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친교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가 먼저 변화하고 영적 쇄신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본당, 교구, 전국 교회 차원에서 체계적인 노력이 지속돼야할 것이다.
무엇 때문에 신앙을 버렸을지, 무엇 때문에 성당에 등을 돌렸을지, 어렵사리 세례를 받고도 냉담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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