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어렸을 때 집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하셨다. 그 무렵은 그 무렵대로 세상이 흉흉하던 때라 늦게 낳은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마음이 도무지 놓이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친구집에 놀러가 본 것이 손가락으로 셀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했던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어 준 것이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덕분에 낯선 나라에도 가보고, 낯선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은 또 다른 책을 불러들였다. 책을 읽다보니 시를 쓰게 되었고, 좋아하다 보니 책을 만드는 일도 하게 되어 이제는 책이 내 삶이 되었다. 아, 역시 책 속에 길이 있구나!
그런데 요즘 진짜 책 속에 길이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볼 때가 더러 있다. 출판계가 너무 어려워 책을 만들면 만들수록 좋은 책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지는 탓이다. 사람들은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몇 안 되는 독자들이 구매를 한다 해도, 오래도록 그 향기가 잊히지 않는 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재충전을 해야 한다. 마음이 다급하다. 그런데 원고 속에 빠져 지내느라 정작 독서를 멀리하게 되니, 마음속이 한밤중의 사막과 다름없다. 이럴 때면 좋아하는 성경을 한 구절 찾아 읊조려 본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위로받은 마음이 비로소 따스해져 온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베스트셀러이며, 스테디셀러인 책이 바로 성경이라고 한다. 저마다 성경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이유에 대한 해답이 그 속에 다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항상 기뻐하고 기뻐할 일이다. 이 삶은 그래서 눈물겹게 고마운 것이다. 어두운 새벽길을 밝혀주는 이 한 줄기 빛이 희망을 잃지 않고 아침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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