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교구 부교구장 최기산 주교 서품식은 기존의 「주교서품식」이 주는 고정적 이미지의 틀을 깨뜨렸다.
대희년을 열면서 인천교구 사상 두 번째의 주교탄생을 맞는 기쁨과 이를 통한 새천년기의 희망이 녹아 흘렀던 복음성가 캐롤 등으로 꾸며진 식전 음악공연 행사와 서품식 후 어린이 청소년들이 꾸민 합주 합창 무용의 축하공연이 「엄숙」「엄격」하다고만 여길 수 있는 서품식 분위기를 따뜻하고 정감있는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서품예절은 그 고유 예절대로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듯 숙연함과 진지함으로 몰두한 신자들의 눈길과 기도 속에 장중(莊重)하게 거행됐다.
이 자리에서 기자가 느꼈던 것은 전례와 문화의 접합 가능성이었다. 물론 성당이 아닌 많은 이들의 주의가 한곳으로 모아질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라는 장소적 여건이 이같은 문화공연을 부조(扶助)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시도」자체가 교회가 맡을 수 있는 문화적 역할의 잠재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정서적 문화적 생활을 통한 균형잡힌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21세기의 교회 역시 문화적인면을 도외시 한다면 사람들 속에, 세상 속에 다가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기산 주교의 서품식은 대희년 개막과 함께 봉헌된 한구교회 첫 주교 서품식이었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더욱 뜻깊었지만 또 한편 한국교회 전체에 전례와 문화가 어우러질 때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 남겨질 수 있는지 보여준 「신선한」사례였다.
전례의 본질적인 면은 변할 수 없지만, 주변적인 내용들은 관심여하에 따라 충분히 시대적 감각, 문화적 요소들과 균현을 맞추어 나갈 수 있음을 시사(示唆)해준 자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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