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죽음을 앞둔 마음에 평화가 가득」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5일자 본보에 소개된 송성례 할머니의 아름다운 삶을 지켜본 성바오로병원 현경숙 수녀의 글이다.
오늘 드디어 하늘의문이 열리고 송성례 글라라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언제라도 하느님 품에 달려가고 싶으시다고 늘 말씀하시던 할머니께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 끝기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많이 편찮아지셔서 호흡도 곤란해지시고 임종을 맞이하고 계시다는 호스피스 수녀님의 언질이 내 귀를 울렸다. 순간 하늘나라로 올라가신 아버지가 생각났고 나는 수도복을 도로 입었다.
마지막 가시는 할머니께 작별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밤 11시에 살그머니 수녀원을 나와 병실로 향했다.
호스피스 환자의 임종을 맞는 독방을 살짝 노크하고 들어서는 문 앞에서부터 침대 어리맡까지 십여명이 넘는 사람드이 일제히 줄지어 일어나면서 나를 맞았다.
숨이 끊어져도 귀는 얼마간 열려있다는 얘기를 들은 나는 아직 호흡을 하고 계신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라고 가족들을 인도했다. 가족들은 돌아가면서 어머니의 귀에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다.
『어머니 이제 열심히 성당 다닐게요』『엄마 우리들을 이렇게 건강하게 키워주시고 가시다니… 엄마 사랑해요』『엄마 이제 우리 8남매 주님 말씀대로 살도록 노력할게요』
할머니는 말이 없엇지만 엷은 미소속에 가득한 그분의 행복을 나는 보았다.
말기 췌장암으로 선고받으신지 어언 석달을 넘기면서 계속 차 오르는 복수를 안고서도 저렇게 맑은 눈과 미소로 위문객들을 맞으시다니.
나를 포함하여 할머니를 방문하는 위문객들이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할머니를 방문했다.
모두들 눈물 섞인 기도로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면 할머니는 언제나 밝은 미소로 『난 괜찮아, 울지마』하시며 오히려 위로를 건네셨다.
어려운 살림에 8남매를 키우고 시아버지 병수발 6년, 중풍 걸린 남편 뒷바라지 7년으로 당신의 삶은 벌써 없어진 지 오래 되셨기에 죽음을 앞두고도 인간적인 고통과 아픔의 소리 한번 내지 않으셨던 글라라 할머니!
『늘 깨어 있어라』는 성서 말씀 속에 한 생을 마치시는 할머니가 나는 너무나 부러웠다. 늘 깨어있지 못하는 나는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생의 마지막 날이 가끔 두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