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골목길을 돌아가다가 목격한 일이다. 40대쯤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차를 마주 세워 놓은 채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말이 오가는 사이에 목청은 점점 커져 갔고 거친 욕설이 마구 튀어나왔다. 그런데 한 사람은 내가 얼굴을 아는 우리 교우였다. 나는 이내 자리를 뜨고 말았지만 씁쓸한 느낌을 떨쳐 보릴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처럼 서로 양보할 줄 모르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은총의 대희년을 살아가며 우리는 자기 고집의 아성을 허물고 이웃과 다정하게 만나는 정신을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섬에서 고립해서 살 수는 없으므로 양보의 미덕은 모든 이웃을 친구요, 형제로 인식하게 하는 구실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양보는 모든 위태로움에서 우리 생명을 보호한다.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편리하게 다니는 동안에 우리는 샘물 같은 인간의 맛을 잃어가고 있다. 기계와 편리가 인간끼리 정답게 만나는 우정의 광장을 받탈해가는 것이다.
『성실한 친구는 안전한 피난처요, 그런 친구를 가진 것은 보화를 지닌 것과 같다』(집회 6,14).
이러한 생명의 보화는 물론 기계를 통하여 얻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계에 도취되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교우들이 미사에 참례할 때는 자가용을 타고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성당에 도착하고 있고 성당 앞 도로와 주변은 자가용으로 북새통을 이루게 된다.
우리는 좀더 여우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성당에 걸어가는 동안 이웃과 다정히 만나고 길을 양보할 때, 대희년의 축복이 더욱 충만해질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