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쓴 ‘아빠는 왜?’란 시의 내용이다. 그냥 어린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글이라 웃어넘기기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슬픈 자화상이 보이는 듯해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밤늦게 퇴근해 새벽같이 출근하고, 주말에는 피곤하다며 잠만 자는 아빠. 가족들의 안전한 생계를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집 밖의 생활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집 안에서는 냉장고보다 존재감이 없어진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마음이 저릿해졌다는 아버지 누리꾼들의 반성과 각성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빠는 엄마를 예뻐하고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넣고 강아지 사료주려고 존재한단다”란 글을 남기며 허탈한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한 집안의 기둥이자 산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아버지들이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걸어가는 걸 자주 보게 된다. 때로는 무거운 등짐을 지고 뜨거운 사막을 터덕터덕 걸어가는 낙타처럼 마냥 고단해보이기도 하고.
초등학생이 쓴 시를 읽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는 지금 어떤 아버지인가,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서글픈 질문을 던진다. 냉장고나 강아지보다 존재감이 없는 아버지를 그려낸 이 어린이의 시가 우리 가정의 대다수 아버지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위치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존재감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도 어렵다. 우리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계시다는 이유만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시대는 아닌 듯하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좋은 아빠는 어떤 모습일까? 부모로서 내 아이를 잘 키워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다음에 크고 좋은 집에 살기 위해 바쁘기만 한 아빠나, 이다음에 맛있는 것 많이 사 주는 돈 많은 아빠를 원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자기를 사랑해주고, 같이 놀아 주는 아빠를 원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성장의 순간들을 함께하며, 마음과 마음을 잇는 소통을 소중히 여기는 아빠를 바란다.
필자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갈 때 잠시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인다. 달려와 반겨주길 바라는데 반응이 시큰둥할 때 섭섭하다 못해 화가 나서다. 자녀 교육을 잘못시켜 그런 거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자녀들에게 너무 소홀해서 그런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가. 부모의 자식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내리사랑이란 결코 슬프지 않은 짝사랑이다. 상대도 나만큼 사랑해주기를 바라면 안 되는 그런 사랑이다. 그저 튕겨지지만 않으면 좋을 그런 사랑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저 사랑해야만 하는 것으로 운명지어진 아름다운 사랑이다. 내가 위에서 받은 것을 아래로 전달하는 그런 사랑이다. 그런데 그 사랑이 때론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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