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녀들이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갔거나 특목고에 다니는 젊은 엄마들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다들 입만 열면 아이들과 남편 얘기뿐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의 성적과 공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 무렵의 나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쓴웃음이 절로 났다.
게다가 특기나 사회봉사 경험이 대학입시에 반영이 된다며 미묘한 경쟁심을 여지없이 드러내어, 보는 이의 마음이 불편할 정도였다. 아무리 봐도 누군가의 ‘엄마’라는 느낌보다 조련사 혹은 전략가, 매니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해 할 수 있는 것이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이렇게 어머니가 좌지우지하며 끌고 나아간다면, 아이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면 예전의 어머니들은 어땠을까? 우리 어머니만 해도 따뜻한 밥을 아랫목에 묻어두고 바느질을 하거나 먹을거리를 다듬으며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는 것이 일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할 말도 물을 말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지쳐 돌아오는 자식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쉬게 해주는 게 다였다. 성모님도 그러셨다. 기도하며 기다리고, 고통 중에 아들과 함께 계신 것이 다였다.
내가 만약 성모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아들이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다면, 열혈당원들을 불러 모아 특공대를 조직한 후 아들을 끌어내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들에게 정신 좀 차리라며 온갖 잔소리를 다 퍼부었을 것이다. 그러면 지구의 역사가 달라졌으리라.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그런데 시대가 달라져도 어미가 해야 할 일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성모님께 기대어 기도하는 것 외엔 별 뾰쪽한 수가 없어 보인다. 대림시기에는 성모님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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