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논쟁은 하루이틀된 사회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건드리길 꺼려해 온 문제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핑계는 다양하다.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나서 낙태 근절 운동을 선포하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다. 이들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낙태시술을 해왔고, 낙태를 병원 경영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고 있던 의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성찰한 의사들은 각종 이권을 포기하고 의사 동료들의 냉대도 견디며 한 길을 달려왔다. 불법낙태기관 고발과 낙태죄 양형기준 제정 청원, 범국민 대회 및 캠페인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낙태 근절에 앞장섰다. 덕분에 낙태가 사회이슈로 수면 위에 떠올랐고,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다. 법 개정 움직임도 일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성과 여부를 떠나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서는 낙태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낙태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연령과 교육수준, 직업유무, 가족수입, 종교, 여성의 사회참여, 남아선호사상 등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인 생활경험에 따라 세워진 가치관과 태도가 낙태와 관련된 행동을 좌지우지 한다. 실제 현대 사회 안에서는 개인의 가치관이 신앙을 넘어서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낙태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는 불법낙태 근절이 꼽힌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자발적으로 낙태를 근절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의식을 개선하고 올바른 행동을 촉구하는 자극제가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 양육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더욱 폭넓게 체험하도록 돕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자극제가 된다. 아울러 같은 뜻을 공유하고 격려하고 돕는 이웃들이 큰 힘이 된다.
지난 한 해 동안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활동을 배경으로 프로라이프 청년회와 변호사회가 각각 발족했다. 조만간 프로라이프 교수회도 발족될 예정이다. 앞으로 사회 각계에서 프로라이프의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들의 연대활동은 사회 각계에 생명의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데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 사망률 1위는 낙태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실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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