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이 이렇게 활성화 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2008년부터 시작된 ‘신심서적 읽기’ 운동이 있다.
■ 신앙선조를 따르다
▲ 지난 2008년부터 신심서적 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 오금동본당 성물방에는 선정도서는 물론 다양한 신심서적이 마련돼 있어, 신자들의 독서운동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신앙선조들은 책을 통해 만난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신앙을 지키고자 했다. 선조들이 이미 신심서적 읽기의 성과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금동본당의 활성화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2008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본당 성물방에서 판매한 신심서적만 4만6000권이 넘는다. 가족이 함께 본 경우까지 합한다면 책을 본 인원은 판매권수의 몇 배가 된다.
책읽기는 본당을 변화시켰다. 영적 갈증을 느끼던 신자들에게 독서는 ‘샘’과 같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신앙도 그 만큼 깊어졌다.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하느님과의 교감이 책 안에서 이뤄졌다.
덕분에 본당은 살아 숨 쉰다. 평일미사에 700명 이상의 신자들이 참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체조배실에도 끊임없이 신자들이 들락날락한다.
책을 읽고 하느님을 알게 된 신앙선조들을 본보기로 그들의 행적을 따르다보니 본당 신자들 신앙도 선조들과 닮아갔다.
■ 신앙의 샘 ‘독서’
본당은 ‘신심서적 읽기’ 운동에 앞서 성경쓰기로 기초를 다졌다. 당시 780여 명이 신약성경 전권을 필사했다. 본당은 이를 바탕으로 신심서적 33권 읽기를 시작했다. 이미 서울 잠실7동본당에서 신심서적운동의 열매를 맺은 바 있는 이기양 주임신부는 확실한 계획과 목표를 갖고 있었다.
목표는 역시 신자들의 ‘영적 성숙’이다. 영적으로 성숙된 신자들이 늘어날수록 재정문제, 봉사자 감소 등 교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그럼 신심서적읽기는 본당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결과는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오금동본당의 활성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0월까지 이어진 이웃돕기 성금도 ‘억’단위를 넘기며 매번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또 감사헌금도 늘고 있다. 몇 해 전 방이동본당이 분가해 신자 수는 줄었는데도 신심활동단체는 더 많아졌다. 모든 것이 독서에서 시작된 ‘기적’이다.
이 신부도 독서운동이 일시적 이벤트라는 한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운동에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독서운동은 일회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를 계기로 많은 신자들이 신앙서적 읽는 습관을 들이고, 지속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신앙생활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운동과 함께 저자와의 만남, 기도학교, 금요특강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없듯이 사목자는 신자들을 보살피고, 성장을 위한 발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이 신부의 설명이다.
신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성물방 한쪽 벽면이 책장으로 꾸며져 있을 정도로 책을 찾는 신자들이 많다. 또한 선정도서 외 신심서적을 주문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성물방을 담당하는 회장 정양순(로사리아)씨와 총무 이숙현(클라라)씨도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비신자에게 선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자들과 책이야기를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독서, 뿌리를 내리다
신심서적읽기 운동을 시작한지 3년째인 2011년은 ‘터닝포인트’다. 본당이 주체가 돼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과 시상을 통해서 독서운동을 장려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신자들이 주축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주임신부와 도서선정위원회가 해오던 도서선정에 전 구역을 참여시킨다. 32개의 구역에서 각 1권씩 추천하게 했다.
아울러 연말에는 선정도서 판매 결과를 집계해 좋은 책을 추천한 구역에게 상금을 줄 계획이다. 추천도서 47권에 이어 다음해 추천도서 33권 포함 총 80권을 완독한 신자들에게도 시상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참여 독려와 적절한 시상 덕분에 벌써부터 독서운동은 다시 뜨거운 불씨를 지폈다.
이 신부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잘 안되면 잘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또한 독서운동이 단순히 머리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독서사목을 펼쳐온 이 신부는 또 앞으로 독서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사목자들에게 조언을 덧붙였다.
“분명한 계획과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5년, 1년, 한 달, 한 주 등 세밀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서운동이 쭉 이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농부가 심기만하고 관리를 안 하면 부실한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 독서사목 Tip! - 신자들에게 ‘당근’ 주세요
“상 받으면 독서기쁨 두배”
훌륭한 감독들은 흔히 ‘채찍과 당근’으로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심서적읽기운동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책읽기를 강요하다보면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읽기는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움을 맛볼 때 진정한 독서가 되는 것이다.
신자들에게 줄 수 있는 ‘당근’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시상’이다. 신심서적읽기의 결과를 통한 시상은 책읽기의 동기는 물론 목적도 될 수 있다. 상금도 신자들 참여를 독려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오금동본당의 경우, 지난해 추천도서 완독자에게 1인당 20만원 상당의 상금을 전달했다.
이기양 신부는 “목표를 마련해 주니 신자들이 더 열심히 읽고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졌다”며 “또한 수상자들 중 대부분이 상금을 감사헌금을 내놓아서 시상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