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이 『신부님 바쁘신데 어떻게 그런 일까지…』할 때 저는 영 쑥스럽습니다. 사실 제가 게르으거든요.
지난 송년미사 때 성당에서 멀티미디어 중계를 한답시고 제 방 TV선을 빼고 연결했었는데 안테나선 돌려 끼우기가 귀찮아 덕분에 새해에는 TV를 못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이 심심하네요.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생각하면서 『커피 타러 부엌에 갈까? 말까?』수십번 고민하다 결국 부엌으로 갔습니다. 마시고는 싶고 타기는 귀찮고,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거기에 커피를 조금 붓고 오븐에 넣고 돌렸죠. (커피우유!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우류 위에 둥둥 뜬 커피를 섞어야 하는데 티스푼을 찾자니 귀찮고 『아무도 안보는데 손가락으로 그냥 저어?』하는 순간 다시 떠오른 기발한 생각. 오븐에 넣을 때 제일 가장자리에 넣으면 컵이 빙빙 돌면서 저절로 섞어질거야! (이런 기발한 생각에 또 다시 스스로에게 감탄하면서) 오븐기에 넣고 돌렸죠. 헌데 별로 섞이지가 않더군요. 『한 번 더 돌릴까?』하다가 귀찮아 그냥 방으로 가져왔습니다. 가능한 입안 가득 커피우유를 넣고 입안에서 적당히 돌려 섞으면서 이 글을 씁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잠시 후 창피하단 생각들면 다시 써야지 하면서도 귀찮아 그냥 구겠죠. 뭐~….
솔직히 고백하자만 이 글은 본당 홈페이지에 며칠 전 올려놓은 글입니다. 원고 청탁 받고 게으른 성격에다 마감시간에 쫓기다 보니 고작 짜낸 아이디어가 홈페이지를 다시 뒤지는 일이었습니다. 여유로운 얘기(閑談)을 쓰라는 자리에 한심한 얘기(한담)을 써봤습니다. 그래도 천성이 이렇게 게으른 신부가 조금 열심히 살려하면 하느님께서 더 귀엽게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사목에는 최선을 다하고, 삶은 한심할 정도로 여유롭게!」이게 새천년에 되고픈 한심한(?) 저의 작은 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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