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지난 한해를 긍정적으로 돌아보고 새해를 더욱 더 하느님 뜻에 맞갖게 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자든 비신자든 모두가 각계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지만,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심각했던 날씨
날씨만 해도 이상기후가 심각했고 천재지변도 많았다. 특히 농민들은 많은 괴로움을 겪은 한 해였다. 따스한 봄날인 5월에 뜻밖에도 얼음이 얼고, 화창한 가을하늘이 보여야할 10월에도 얼음이 얼어 농작물들을 돌볼 시간이 너무나 짧게 주어졌다. 게다가 그 시간마저도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와서 농민들이 겪은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이즈음에도 또 구제역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이들이 많다.
답답한 정치
정치적인 면에서도 답답함이 이어졌다. 세계각국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지혜롭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다투고만 있는 답답한 모습이다. 국민들을 위한 정책과 예산 등에 구체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서로 양보할 줄 모르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G20정상회의도 실질적으로는 앞으로 결정할 내용들만을 남겨둔 채 끝났다. 안팎을 돌아보면 답답하다.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사국총회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의정서 채택에 실패했었다. 이후 일년이 지나 다시 당사국총회가 열렸지만, 각 나라의 이해관계 등을 먼저 내세우는 입장차이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암담한 남북관계
북한에 대해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든 누구보다 가톨릭교회가 먼저 인도적 지원 등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북한에서는 배고픔에 괴로움을 겪는 이들은 물론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사건만 해도 풀어갈 일이 암담하다. 무엇보다 서로 전혀 양보하지 않고 대치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정말 답답하다. 우리 정부도 군사훈련 등을 통해 자극만 하고, 서로 대립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슴아픈 박해
보편교회도 인류의 평화와 화해, 공동선을 위해 안팎에서 노력해왔지만, 실질적인 박해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가톨릭신자들이 박해받는 현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중국교회와 보편교회와의 관계도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로 종교 활동 즉 신앙생활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더욱 암담함을 느낀다.
왜 이렇게 화해하고 일치하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힘겨운 것일까?
지난 한 해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괴롭히시려고 이러한 어려움을 허락하신 것이 아니다. 우리를 일깨워주시기 위해 메시지를 던지시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한 해를 겸허히 돌아보고, 그 시간을 더더욱 주님을 닮은 ‘살아있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살아있는 교회, 살아있는 신앙, 살아있는 신자들의 모습이 되기 위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 나가야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사실 그동안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와 평가를 누리며 편안하게 지내왔다. 종교적 자유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으로 경제적인 여유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 만족해 안주하고, 내적인 힘을 잃을 위험이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는 태도를 끊어버리고, 활발한 새 출발 했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과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한다.
그동안 한국주교단이 생명운동지침, 창조질서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 관련 지침 등을 낸 것은 매우 고맙고 고무적인 일이다.
사회 전반이 죽음의 문화에 휩싸여있고, 신자들도 경제적인 기준에 매여서 낙태 등 자녀를 안 낳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가장 중요한 생명을 훼손하는 잘못을 똑같이 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의사들이 먼저 나서 더 이상 낙태하지 않겠다고 낙태 근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자들이야말로 결코 낙태하지 말고 하느님의 선물인 자녀들을 받아들이는데 더욱 힘쓰자. 이에 따라서 교회는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성교육 등의 올바른 생명교육을 지원하고 상설화하는데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
인간생명을 살리는 것은 물론 자연을 살리는 노력을 누구보다 먼저 실현할 수 있는 입장이 또 신자들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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