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이 끊어지려고 하는 그다지 길지않은 사이를 임종(臨終)이라 하고 지난 날에는 자식이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을 큰 불효로 여겼다. 가족이 함께 집에 머물러 임종하는 이와 이야기 하고 공포와 불안을 함께 겪음으로써 임종하는 이에게는 죽음이 혼자 겪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고 가족들은 죽음을 삶의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하며 죽음의 체험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하게 만드는 삶의 철학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죽음의 순간, 임종이 고독하고 비인격적인 것이 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보다 구급차에 태워지고 사이렌 소리, 엔진소리, 심전도의 기계음 속에 말한마디 할 수 없이 자갈이 물려진 채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난생 처름보는 의사들에게 자신의 죽음의 순간이 결정된다. 평상심을 잃은 죽음, 불유쾌한 죽음이다. 우리는 멀리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죽음이 아주 가까이 와 있을 때 그전보다 훨씬 진지하고 열정적인 삶을 찾게된다. 죽음이 삶에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은 피땀을 흘리시기까지 죽을 고뇌를 거친 죽음이었지만 어버지께 자신을 온전히 헌신하는 신뢰속의 죽음이었다.
이처럼 죽음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부분이자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다. 따라서 교회의 신앙은 생존권을 수호하는 동시에 인간다운 품위를 가지고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또한 적극 수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뇌사를 공식인정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 소식은 상당히 우려스런 부분들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뇌사를 사망으로 공식인정함으로써 뇌사자의 장기기식을 합법화해 장기의 수요.배분에 있어 효율성과 형평성을 꾀하기 위해서다. 임종하는 이의 인격이 배제돼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회는 뇌사를 인정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는 뇌사 판정이 장기이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 차원에서 고려되는 것이다. 장기기식이 비록 자기희생이라는 사랑의 행위로 인정돼지만 뇌사와 관련해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뇌사판정에서 장기이식이 최우선시 된다면 뇌사 판정의 정확성이 철저히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정확히 뇌사로 진단되지 않았는데도 급히 필요한 사람들의 조작이나 금전에 의하여 뇌사가 판정되고 장기이식이 시행될 위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뇌사인정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존엄성 차원에서 논의되고 입법화 되길 촉구하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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