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지하철 출근길은 온정이 넘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매정하게 보이기도 하는 흥미진진한 우리들의 작은 생활공간이다.
승객들의 표정이 천태만상이다.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으면 아침까지 깨지 않아 절절 매면서 옆사람의 어깨에 간신히 고개를 의지한 채 코를 고는 30대 후반의 양복입은 남자의 모습이 술을 많이 마시는 나로서도 남의 일 같지 않아 약간 입맛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인생 여정이 아닌가 싶어 웃어 넘기고 말았다.
빈 좌석이 눈에 띄여 잠시 앉게 되었다. 그 다음 역에서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열린 문으로 천천히 들어 오셨다. 기다렷다는 듯이 얼른 일어나 좌석을 양보해 드렸다.
예쁜 귀고리도 하시고 상당히 곱게 늙으신 할머니는 내 손가락에 끼인 묵주반지를 쳐다 보시고는 지긋이 미소지으셨다.
할머니는 마석 부근에 있는 양로원을 찾아가신다는 것이다. 집 주근에 있는 양로원에 가시지 않고 왜 먼 곳까지 가시느냐고 여쭈었더니 본당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매주 두번씩 마석에 가셔서 청소와 빨래도 하시고 점심식사 때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시다가 오후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신다고 했다.
손자들의 시중을 받고 편안히 사혀야 할 연세이신데도 힘든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따스한 정을 만들고 계시는 할머니.
떠날 때는 두말없이 가야만 되는게 생명의 법칙이지만 나이가 더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에 어설픈 여분이나마 뜻깊게 사용하고 싶다고 잔잔히 말씀하셨다.
교만한 삶으로 무감각하게 일관했던 내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답답해지고….
「난 지금 어디쯤에 머물러 방황하고 있는 것인지」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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