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가장 필요하지만 상담을 가장 거부하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유형이 관계-맹 인간이다.
관계-맹 인간의 주된 행동방식은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이다. 이들은 모든 일이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다른 사람들 탓이고 자신은 별로 잘못 하는 게 없다고 강변한다.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사실만 듣고, 자기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만 이해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는 그런 의도로 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거나 기억이 없다는 식으로 잊은 척 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그러니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난 상담자라도, 이런 내담자의 말을 계속 들어주는 건 쉬운 일도 아니고, 떠맡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종종 일이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된 상황을 일컬어 ‘낭패’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말의 기원을 살피면 색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낭(狼)’과 ‘패(狽)’는 늑대와 유사할 것으로 추측되는 상상의 동물이다.
낭은 뒷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고, 패는 앞다리가 없거나 짧다. 또 낭은 용맹하나 꾀가 없고, 패는 꾀는 많으나 겁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둘은 걸을 때도 사냥할 때도 서로 의지해야 한다. 둘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아무 일도 못한다. 아무리 작은 모임에서든 우리는 ‘낭’과 ‘패’처럼 밀착되어 있기 마련이니, 함께 일을 도모해 나가려 할 때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보완하지 않으면 곧바로 낭패(狼狽)의 형국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해와 배려, 소통과 관용이 효율적인 사회 운용의 실천 원리로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계-맹 유형 사람들이 초래하는 ‘낭패’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나 자신의 관계 맺기 방식을 성찰하면서, 소통과 관용을 실천하고 있는지 살피고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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