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북송을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얼마 안 남은 생이 민족화해와 통일의 물고를 틀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지난 2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만난 일흔살 노구의 장기수가 쏟아내는 말은 한이 맺힌 푸념이 아니었다.
북환 송환을 주장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모두 51명. 전향한 이들중에도 북송을 요구하는 이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 상임대표는 장기수의 북송을 인도주의적 정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조약, 「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조약」등에 따르면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은 국제적 관례로도 일찌감치 이뤄졌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장기수들이 많게는 40년 이상을 감옥에서 살고 나와서도 인간으로서 마땅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의 바닥에는 이들을 우리의 삶과 무관하게 생각하는 무관심이 놓여 있다. 이 무관심이 「장기수의 인도주의적 송환」에는 국민의 80%가 찬성하고 있음에도 방법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한 만큼 너희도 해야 한다는 「상호주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현실적 벽을 만들어 온 것이다.
상호주의는 남북이 서로 파견한 특수공작원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전제돼야 함에도 남쪽에서 비전향 장기수들로 남파간첩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북으로 간 남쪽 공작원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따른다. 이같은 상호주의는 실질적인 면에서 대화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교회의 가르침을 길게 언급하지 않더라도 짐승마저 죽을 때는 고향을 그린다는 상식에 이르러서는 우리 사회의 냉담한 모습에 대해 할 말을 잃게 하는 면이 있다. 분단현실의 가장 큰 아픔으로 남는 비전향장기수 문제는 우리의 관심이 투영되는 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나는 문제다.
세속의 그것보다 더 큰 하느님 정의라는 큰 틀에서 행할 때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하느님나라를 지상에서 맛보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틀에서 비전향장기수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