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을 맞는 새해 첫날, 하느님 앞에서 세상의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비는 기원을 주님께 말씀드리면서, 필자는 올해 개인적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교회가 양성평등에 있어 좀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게 해 달라는 소망을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2011년 4월이 되면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발족한 지 10주년을 맞게 되어, 여성위원회 총무로서 올해가 교회 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 호혜롭고 건강한 관계가 되어 하느님이 보시기에 더 아름다운 교회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올해 어떤 행사를 하여야, 어렵사리 탄생한 여성소위원회가 세상과 교회에 그 존재 의의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인가 여러 생각이 오고 갑니다. 10주년이라는 한 획을 그으며 산드라 슈나이더즈와 같은 유명한 여성신학자를 외국에서 초대하여 대중적인 강의를 개최할까, 아니면 여성 위원회 기획으로 여성할당제 45%를 실시하고 있는 인도 교회라든가, 여성들이 교회 안의 기구에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구미 교회를 탐방하여 그것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열어 볼까, 혹은 양성평등적인 전례를 기획하여 10주년을 경축할까, 의미 있는 심포지엄을 개최할까, 아니면 여성단체들이 연합하여 지지와 연대를 강조하는 행사를 가질까 등등 여성위원회 위원들은 거침없이 10주년 계획과 상상을 펼치며 꿈에 부풀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18일에 있었던 교회 여성 단체 대표들의 간담회가 생각이 나서 퍼뜩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듭니다. 2011년 10주년을 맞이하는 여성소위원회는, 그동안 연례행사로 해온 세미나 대신 ‘여성, 교회와 사회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여성소위원회를 포함한 교회 안의 몇몇 대표적인 여성 단체를 초대하여, 교회 안에서 교회 여성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리매김을 하며, 앞으로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미래 지향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간담회를 기획하였던 것입니다.
간담회가 비생산적인 비판 위주의 담론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주최 측 의도가 있어서 주제를 좀 온건하게 잡은 점도 있지만, 그날 단체 대표들은 ‘교회 내 양성평등 문화와 법적, 제도적 확립을 위한 노력’과 같은 얘기나, ‘교회 내에서 여성은 전적인 봉사만을 요구 당했고, 리더적인 역할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당했다’라는 늘 나오는 담론이 나오지 않고 의외로 영성의 심화, 모성의 재발견, 생명의 가치 함양, 대결구도보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지혜 등의 다소 온건한 내용이 언급되었습니다. 토론을 맡았던 사회자가 발표자들의 발제내용을 대략 요약하면서, “그러면 여러분은 교회 내의 양성평등이라든가 제도적인 변화 등의 영역은 이제 언급 안 해도 된다는 말씀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오랫동안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셨던 한 위원께서 “해 봤자 소용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이지요”라고 청중석에서 즉각적으로 대답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많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여성소위원회는 가부장적인 사회, 교회 분위기 안에서 지난 10년 동안 미력하나마 교회 내 여성의 지위 향상과 능동적인 교회 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활동들을 열심히 했습니다.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교육 활동, 행사들의 개최,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 발표, 여성관련 문헌집과 소모임 교재의 출판들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관련 위원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거나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인 어떤 부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것이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사회는 사회 각 분야의 여성 인권 신장과 양성 평등사상의 확산으로 과거에 비해 남녀 차별이 많이 개선되었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많이 늘어났지만 교회는 아직도 사회의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교의 가부장적인 요소와 관행들이 위계적인 가톨릭교회 안에 강하게 남아 있어, 교회 안에서 여성들은 지도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능력과 은사가 교회 안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서 큰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현실을 보시고 뭐라 하실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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