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상파 뉴스를 보다가 “와, 잘 됐다!” 하며 손뼉을 친 일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울지마, 톤즈’를 다시 상영한다는 보도였지요.
작년 가을의 일이 떠오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이 일주일 간의 짧은 나들이를 왔습니다. 재작년에 칠순을 맞은 제가 삼남매 모두 바쁘게 지내는 게 안쓰러워 일체의 행사를 사양했더니, 그게 늘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한 해 뒤이긴 하지만 제 생일을 맞아 가족들 함께 모여 식사라도 하자며 휴가를 얻어 건너온 것이지요.
밤늦게 도착한 아들은 자리에 들기 전,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나온 김에 이것저것 시간표가 빠듯해서, 엄마하고 단 둘이 지낼 수 있는 날은 내일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랑 둘이서 꼭 하고 싶은 게 무언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그 말이 하도 고마워 망설임도 없이 얼른 말했지요.
“영화 보자. 울지마 톤즈.”
이튿날 시차도 적응되지 않은 아들과 함께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책을 통해서, 공영 방송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얼마나 감동적인지 울다가 또 웃다가 한 시간 반을 훌쩍 보냈습니다. 정말 살아계신 성자 노릇을 하고 가신 이태석 신부님! 톤즈 사람들이 그분을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였습니다. 육신의 병을 치료해 건강을 찾아 주고, 청소년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음악을 가르치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신 신부님!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주님 대하듯 깍듯이 대접하며 섬김의 모범을 보여주신 신부님!
아들이 나오면서 한마디 합니다. “질투가 나네요. 역시 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행복해요. 신부님 얼굴에 넘치는 행복 좀 봐. 덕분에 정말 좋은 시간 가졌네요. 감사합니다.”
감동으로 함께 울고 웃었던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오며 저도 행복했습니다. 그 뒤 여러 사람에게 그 영화를 권했지만 시간이 없어 못 봤다는 사람이 아직 많은데 재상영을 한다니 기쁠 수밖에요. 저는 문득 60년대 일이 떠오릅니다. 쌩 떽주베리의 『어린 왕자』를 보고 하도 좋아 친구들에게 권하면서 ‘그걸 안 읽으면 너랑 친구 안 할 거야.’ 하고 협박(?)했던 기억! 이제는 ‘이 영화 안 보면 친구 안 할 거야.’ 하면서 이웃에게 협박할까 합니다. 하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詩學)』에서 비극의 정의를 말할 때,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를 썼지요. 우리말로 정화(淨化)라고 번역된 이 뜻은 감정에서 불순물을 없앤다는 뜻, 영혼이 순수해진다, 맑아진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부디 이 기회 놓치지 말고 우리 국민 모두가 그 영화를 통해, 눈물로 손수건을 적시며 영혼의 정화를 맛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그 영화를 보고 새로운 삶의 지표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석 신부님께서 청소년 시절, 다미아노 신부님의 다큐 영화를 보고 제2의 다미아노 신부님이 되기를 꿈꾸었듯이,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보고 제2의 이태석 신부님이 되기를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분들의 아름다운 삶은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겠지요.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 한편을 선사합니다.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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