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는 최근 ‘청언본당’을 설립하고 지난해 12월 28일 성당 건립의 첫 삽을 떴다. 이에 따라 인천 지역 청각장애인들의 신앙 안식처가 곧 문을 열게 된다. 교구는 설립 50주년을 맞아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배려의 하나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본당 설립을 추진해 더욱 의미가 크다.
장애인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편할 수 있는 장애를 지닌 이들일 뿐이다. 따라서 모두가 한 형제자매로 더불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고려해볼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각 성당마다 경사로와 휠체어용 화장실, 점자 안내판 등을 갖추는 것 등도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기본적인 배려다.
하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서는 모든 본당들이 사목적 배려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예를 들어 모든 성당에서 전례용 스크린을 갖추거나 모든 사목자가 수화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이때문에 청각장애인들도 일반 미사에 참례할 때면 사제의 입만 쳐다보다 눈치껏 일어서고 앉으며 전례를 따라가야 했다. 고해성사와 교리 등은 물론 각종 신앙생활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실제 대부분의 청각 장애인들은 각 교구 선교회나 연합회 등을 통해 신앙활동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단체들도 별도의 전례와 교육 공간 등을 갖춘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난해 부산교구 사회복지법인 로사리오 카리타스가 운영하는 부산가톨릭농아인복지회가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쉼터와 성당의 문을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복지회가 마련한 성당에는 스피커와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비를 갖췄다. 고해소에는 사생활은 보호하면서 수화로 성사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특수 유리를 설치했다.
인천교구 청언본당은 성당 공간뿐 아니라 일반 본당과 같이 총체적인 사목 시스템을 갖추는 최초의 청각장애인 본당이다. 타본당들처럼 속지주의가 아닌 속인(屬人) 개념으로 설립됐다.
본당은 앞으로 성당을 완공하는 대로 수화미사 봉헌뿐 아니라 예비신자 교리, 성경공부와 피정 등 다양한 신앙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청각장애인들은 보다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어느 성당보다 조용하겠지만, 영적 기운은 가득한 미래를 꾸려나갈 청언본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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