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지역감정에만 매달려 선거를 치르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선거에 임하는 신자들의 신성한 한 표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남북으로 분열된 국가를 동과 서, 또다시 각 지역별로 쪼개어 놓는 불행을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국가적 축제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를 이번 선거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주교회의 정평위 지적처럼 국민 모두가 한 단계 성숙한 민주역량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숙한 정치의식이 중요하며 특히 우리 신자 유권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생명 진리 사랑」의 가치를 기준으로 총선거에 임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특히 주교 정평위는 이번 선거에서 이같은 가치 기준을 적용,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과 가정 타판에 이른 실직자들, 인신매매와 각종 성폭행, 마약 등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고통에 귀기울이는 정치인, 또 지역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진리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 정치권력 행사의 근본요소인 사랑의 봉사정신을 갖춘 사람들을 뽑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적인 영달과 당리당략에 급급한 이기주의자, 권력에 대한 숭배자, 출세 제일주의자, 지역주의에 편승해 선거에 나서려는 이들, 재물에 집착해 부패정치인으로 비난받는 이들 등 옥석을 가려서 우리의 지도자를 뽑을 줄 아는 지례를 갖자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도덕적으로 부당하다며 정치참여 자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런 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 사회에 불어 넣어야 할 의무(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42항)를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치루면서 정치가 잘못되고 국가가 잘못되면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과 기존의 정치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생활의 근본원리가 공동선을 추구하는데 있다면 우리는 그 공동선을 위해 함께 연대해서 유권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장래는 유권자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결정된다 할 수 있다.
신성한 주권을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생명 진리 사랑」안에서 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00년 대희년의 사순시기에 치워지는 총선거가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길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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