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니는 친구들가 얘기를 할 때 교리지식은 물론 특히 성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곤 했다.
생소한 명칭과 구절로 말하기 시작하면 성서에 대한 나의 얄팍한 지식이 탄로날까 부끄러워서였다.
그럴 때마다 한 마디 『우리는 미사 때 영성체도 한다. 성서 공부를 안해도 직접 예수님의 몸을 받아모시는 거야』라며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때로는 너무나 획일적이고 집요한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떤 구절을 줄줄 외워 말하며 주눅들게 만드는 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입장에 들어맞는 구절만을 외워서 인용하지만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려는 모습에서 배울 점 또한 많다고.
우리 신자가정만 보더라도, 집집마다 성서 한권쯤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신약인지 구약인지 어느 부분인지 몰라서 뒤적이는 모습, 먼지 쌓인 채 내버려두는 모습, 그것이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소중한 하느님의 사랑과 말씀을 우리는 너무나 소홀히 대하지는 않는지 반성해야겠다.
이제 단순히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이 담긴 성서를 펼치고 함께 해주시는 그분의 숨결을 느끼며 말씀에 귀기울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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