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 모임 교재가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구역이나 반모임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지난 3월 6일 밤 서울 명동 전진상교육관에서 열린 「천주교 총선토론회」. 토론회를 줄곧 지켜만 보던 한 여성신자가 쏟아낸 말의 서두는 교회에 대한 소박하지만 날카로운 질타였다. 수십년 신앙생활을 해오며 구역모임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는 신자, 50대 후반의 주부라고만 밝힌 그가 말하는 보통 신자로서의 삶은 누가 보아도 선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용하기만 한 그의 말에는 위기감이 녹아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무엇에 대한 위기감이었을까. 그것이 「아이들의 미래」라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것이든 교회 속에서 이어온 신앙, 또는 신앙생활에 대한 위기감이든 이런 위기의 확산에는 교회도 한몫 했다는 생각이 그의 마에는 짙게 깔려 있었다.
예수 또한 수천년된 지역감정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고통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는 그는 자신의 소극적이었던 신앙에 넋두리를 퍼붓는 듯했다. 왜 자신이 그토록 열성을 기울여온 구역모임 교재에서는 그 어디에도 사회교리가 눈에 띄지 않았는지, 못마땅하게만 여겨온 현실에 대한 교회의 훌륭한 가르침이 이토록 많은데 왜 여태껏 몰랐는지….
토로노히장을 나서는 그는 「자기」라는 벽에 갖혀 있었다는 고백을 했다. 그리고 그 벽을 허무는데 교회가 수십년 동안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는데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가 짧은 시간 내보인 탄식은 그 혼자만의 것일까.
『내 곁을 지나가 버리시는 하느님이 나는 무섭다』고 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은 지금 우리 사이에서 계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가난한 이를 돕는데 주저하고 정의를 실천하는데 소극적일 때 우리 곁에 와 계시던 하느님은 발길을 돌리시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두려운 지도 모른다. 아니 더 두려운 것은 하느님께는 보잘 것 없는 총선이라는 인간들의 정치놀음을 두고도 오롯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세다. 하느님나라 운동은 주님이 오실 때까지 쉴 수 없는, 잠시도 놓을 수 없는 신자들의 십자가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