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거룩하고 심오한 주제, 내용을 갖춘 경전으로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영혼 깊은 곳을 울려주는 가르침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종종 성경을 단순히 삶의 지혜가 담긴 훌륭한 책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성경을 단순한 종교 경전으로 보거나, 이스라엘의 역사서 혹은 신화나 전설처럼 판단하기도 한다.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들조차도 말씀을 체득하고 실천하기보다는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 몇 번 성경을 통독하게 되면 성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의 손으로 적었지만,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하느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인간 구원과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약속을 담은 계약의 책이다. 이러한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성경 주석이 필요하다. 이 주석은 학문적으로 연구할 때 뿐 아니라 일반 사목활동에서도, 평소 성경을 읽을 때도 필수적이다. 성경에 대한 이러한 해설들은 구원의 역사와 교회 공동체의 살아있는 전통 안에서 성경 본문을 읽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때문에 교회법도 성경에 필요하고 충분한 해설을 붙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국 신자들은 보편적인 주석서를 갖지 못해 성경 묵상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의적인 해석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개별 신학자들의 강의용이나 출판용으로 나온 간략한 주석 등을 제외하면 신구약을 통합해 밝혀 교회로부터 공인받은 주석서는 없었다.
2005년 새 ‘성경’ 출간 이후 한국교회는 또하나 중요한 과업을 완수했다. ‘주석 성경’의 출간이다.
주석 성경은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내용으로 세계교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어 공동 번역 성경의 주석을 번역, 독자적인 수정을 거쳐 나왔다. 수차례 독회를 거치면서 우리말 어휘와 관용적 표현 등에도 잘 맞도록 다듬었다.
이 주석 성경은 사목자들에겐 강론 자료로 더욱 유용하게, 평신도들과 성경에 관심있는 이들에겐 말씀을 좀더 쉽고 폭넓게 이해하고, 그 말씀을 삶에서 실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경도 우리가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새로 나온 주석 성경이 각 가정마다, 신자들의 눈높이가 닿는 곳마다 자리하고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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