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쉼터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다 문득 지난해 부활 무렵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기자는 함께 함경도 전통음식 ‘아바이 순대’를 만들어 먹자는 수원교구 새터민들의 초대를 받고 안산에 위치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서종엽 신부) 새터민 쉼터를 찾아갔다.
작은 쉼터에 10여 명의 새터민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순대 속을 채우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당일 모인 새터민들은 북한을 떠나온 시기부터 남한 정착시기, 남한 거주기간까지 서로 다른 이력을 갖고 있지만 마치 친형제, 자매처럼 가까웠다. 이들은 쉼터를 통해 만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를 나눈다. 쉼터가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쉼터는 새터민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혼자서 아픈 몸을 챙겨야하는 새터민을 돌보거나 산모 산후조리 등 새터민이 정착하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보듬어 주는 것도 쉼터의 역할 중 하나다. 하나원 퇴소 후 집을 배정 받지 못했을 때도 쉼터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 준다.
한 새터민은 “쉼터는 내 친정집 같은 곳”이라며 “힘들고 외로울 때 쉼터가 있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쉼터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서 새터민 쉼터를 바라보는 인식은 미미한 실정이다. 쉼터가 왜 필요한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실제 쉼터를 꾸리고 운영하는 이들에게만 국한된 일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새터민들의 수가 2만 명을 향해가는 지금,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쉼터와 그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 확충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더 많은 새터민들이 쉼터 안에서 자유를 맛보고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눈을 돌려보자. 지금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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