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나서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하고 누가 물으면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아아. 새벽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꽉 짜인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가고 싶은 곳 아무 때나 가도 되고, 보고 싶은 사람이랑 점심 먹고 영화도 볼 수 있고, 배우고 싶은 것 배울 시간도 있고…하면서 중얼거리다가 꼭 하나 보태는 것이 있지요. 텔레비전에서 좋은 프로그램 시청할 수도 있고!
저는 집에 있는 시간엔 평화방송을 자주 시청합니다. 덕분에 제 신앙은 지난 몇 십 년보다 퇴직 후에 훌쩍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신부님들 수녀님들의 강의도 좋지만 평신도들의 강의도 정답고 좋습니다. 특히 그들의 돈독한 신앙 체험을 들을 때.
최근 방송을 시작한‘민들레 신앙교실’은 비신자들에게는 선교의 방편으로, 쉬는 신자들에겐 회심의 방편으로 미래사목연구소와 평화방송이 공동으로 마련한 선교 프로그램입니다.
연구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민들레 선교’라는 이름으로 각 본당에 교육을 나가고 있지요. 신자들의 재복음화는 물론, 누구나 쉽게 선교에 임할 수 있도록 선교 열정을 불어넣는 교육입니다. 민들레 선교는 3원리를 표방합니다. 제 1원리는 ‘신바람 선교’입니다.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리듯 우리는 이미 받은 은총과 축복을 신바람으로 퍼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 20)라는 말씀에 따른 자발적 선교 정신이지요. 제 2원리는 ‘전천후 선교’입니다. 특별히 화단을 고집하지 않는 민들레처럼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다가가는 선교 정신이지요. 제 3원리는 ‘일편단심 선교’입니다. 선교 대상자를 위하여 진정한 사랑을 갖고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공을 들이며 노력하는 선교 정신이지요.
이런 취지 아래 각 본당으로 나가 교육을 맡았던 강사들이 마침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본당에서 모여든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신앙지식과 더불어 ‘내가 만난 하느님’을 진솔하게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강사 4명이 세 번씩 총 12강에 방청객들의 신앙 체험 나눔 1시간을 보태어 2월까지 계속됩니다. 이름 하여 ‘민들레 신앙 교실’.
저도 그 강사 중의 하나로 감히 무대에 섰지요. 연구소의 도우미로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니, ‘민들레 신앙교실 강사’라는 예쁜 직함도 얻어 방송을 타게 된 것입니다. 저를 제외한 세 분 강사는 계속 하느님 일에 투신한 분들이라 정말 감동적인 체험이 많습니다. 저야 풋내기라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순명하는 마음으로 올라섰지요.
신자들이 말합니다. 영세하고 나서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고. 그 점에서는 저도 “옳소!”입니다. 1964년 영세 직후 넘치도록 축복을 받았으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 ‘작가되기’와 ‘교사되기’를 이듬해 3월 동시에 이루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님께 늘 감사하며 효도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퇴직 후 맨 먼저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도 말씀을 잘 듣는 것이 가장 큰 효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런 저를 예쁘게 보셨음인지 주님께선 계속 이리저리 불러서 쓰십니다. 이 나이에 무대에도 세우시니 우습지 않습니까?
주님께선 제게 자꾸 말씀하십니다. “네 혼자 나를 좋아하고 따른다고 효도를 다한 줄 아느냐? 아직 나를 모르는 네 이웃에게 나를 전해야지. 그리고 집 나간 네 형제들을 찾아와야지. 그게 효도의 정수이니라.”
주님,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섰습니다. 하오니, 저희들이 뿌린 말 한마디가 민들레 씨처럼 폴폴 날아가 비신자나 쉬는 신자들의 가슴에 꽂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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