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2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사순절 미사 때 떨리는 목소리로 『진리를 구한다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과 다른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보였던 불신과 적의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는 말씀을 한 보도를 접하고 새삼 2000년 대희년이 은총의 해임을 실감했다.
우리에게 은총이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 그 분이 가르치신 사랑을 거슬러왔던 모든 역사적 과오를 스스로 세상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런 화해야말로 진정한 은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교회가 세상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단절된 대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음에도 교회는 애써 변화를 외면해 왔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압축된 성장의 결과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외면하고 비껴갈 수 없다. 우리는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의 대화단절이 다른 그 어떤 사회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임을 알고 있다. 이러한 단절이 교회 안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 참다운 신앙이 위협받는 현실이 나타나기까지 한다.
설령 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오늘을 사는 신자들은 신앙의 감동을 잃은지 오래다. 현실세계가 교회에 맞출 것을 기다리기 보다 교회가 먼저 그 현실세계에 낮은 자세로 다가가 교회의 문을 활짝 열고 대화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열려야 할 것은 교회만이 아니다. 우리의 굳어버린 마음의 문도 열어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교회의 지체임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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