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라도 하듯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서울을 커다란 빌딩숲 뒤켠에는 색다른 정경이 펼쳐졌다. 마치 등반하듯 언덕을 20분 정도 숨가쁘게 올라가자 짓다만 성전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주일미사 참례자수가 350여명에 주일 헌금이 60만원대에 불과한 염리동본당. 기자는 서울 중심부에 이런 곳이 있을리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고 본당 사제로부터 이곳 실정을 들을수록 놀라움만 쌓아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본당의 60%인 노인신자들의 열성이었다. 전종훈 주임신부는 『노인분들은 언덕길을 오르기 위해 미사 2시간 전에 미리 집을 나선다』고 말했다.
5년째 성전 건립을 하지 못해 힘겨운 노력을 계속해온 염리동본당 신자들. 정말 안해본 것 없이 열심히 성전건립기금을 모았다. 94년 철거지역으로 지정돼 이미 많은 주민들이 떠나간 이곳은 달동네다. 모두가 어렵게 생활을 연명하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성전건립에 매달렸다. 신자들은 멀리 지방에까지 가서 싣고 온 다시마, 조기, 북어 등을 음식으로 조리해 리어카 행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전신부는 다른 본당을 나갈 때마다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대교구의 본당 분할, 증설 계획에 따라 여러 본당도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신부는 『보편지향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현실을 되돌아 보았을 때 얼마나 이 말씀에 충실했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당장 올해 안에 성전을 건립하지 못하면 부실공사 처리로 5년간의 노력이 공수표가 될 상황인 염리동본당 신부와 달동네 신자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아끼며 주님의 집을 짓고자 하는 열정은 가히 상상을 뛰어 넘었다. 『신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데…』라며 말을 있지 못하는 전신부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이들을 돕는 것이 바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함께 나누려는 작은 사랑과 관심은 염리동본당 신자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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